KDI, 석 달 만에 올해 韓 성장률 0.3%p 하향 조정… “건설 부진, 걱정한 것보다 더 나빠”
올해 성장률 2.2% 제시… “민간 소비 저조”
“향후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 전망”
통화정책 완화·경제 구조개혁 제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만에 0.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2분기 이후 건설경기가 크게 후퇴하면서 성장 동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2%대 중후반대로 예견되던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2%대 초반대로 내려오게 됐다.
KDI는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2.5%에서 0.3%p를 내린 것이다. 지난 8월 수정경제전망 때도 상반기 경제전망 때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 2.6%를 0.1%p 내렸는데, 3개월 만에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KDI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화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약해지는 모습”이라며 “민간소비가 낮은 증가세에 머무르고,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 건설 생산·투자 부진 심화… 미약한 내수에 고용 하향 조정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에 그쳤다. 계절조정 전기 대비로는 0.1%의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건설업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올해 3분기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0.9%에 그쳤다. 전분기 증가율(2.1%)보다 크게 줄었다. 자동차 생산이 파업에 따른 일시적 생산 차질로 3.7%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다만 반도체 생산은 8.8%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문제는 건설업이다. 건설업 생산이 -3.0%에서 -8.8%로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 및 음식점업(-1.4% → -1.9%)의 감소세가 지속된 가운데 금융 및 보험업(2.8% → 1.9%), 정보통신업(4.4% → 2.1%)의 증가세가 완만해지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민간소비는 상품 소비를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에 그쳤다. 긴축적 통화정책 장기화로 내수 회복이 지연됐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다만 최근 한국은행이 시장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실질임금 상승폭도 확대되는 등 민간소비 여건은 일부 개선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분야는 누적된 수주부진으로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건설기성이 대폭 감소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도입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가운데 반도체 관련 투자도 확대되며 서서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0.4%로 내다봤던 KDI는 이번 경제전망에선 1.6%로 1.2%p나 상향조정했다. 다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8월 -0.4%를 내다봤던 것보다 더 악화된 -1.8%를 예상했다.
내수가 미약한 흐름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 여건도 완만하게 조정됐다고 KDI는 분석했다.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취업자수 18만명 증가, 연간 취업자수 20만명을 전망했던 KDI는 이번 경제전망에선 하반기 취업자수 13만명 증가, 연간 취업자수 18만명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 성장 견인하던 수출, 4분기 들어 힘 빠져
생산과 소비, 투자가 힘을 못받는 상황에서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한 건 수출이었다. 다만 3분기까지 이어지던 높은 수출 증가세는 4분기들어 작년 수출 부진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DI는 “수출은 자동차와 석유류가 다소 조정됐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반도체 거래액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세계교역량 부진이 완화되면서 우리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추세가 이어지면서 순대외자산이 GDP의 50%에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대외 건전성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ICT 품목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하는 모습이다. 다만 2분기 53.5%를 기록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3분기 41.4%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증가세는 유지하고 있으나 기저 효과로 물량이 감소 전환하며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다.
석유제품은 물량 증가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으로 수출 가격이 하락해 전분기 11.5% 증가에서 3분기엔 2.4% 감소로 전환했다. 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수출이 늘었으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맞은 전기차 부진과 일시적 생산 차질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 전환(4.8% → -3.2%)했다.
김지연 KDI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전망총괄)은 “향후 우리 경제가 내수는 일부 회복하겠으나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작지 않은 대외 위험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했다.
KDI는 이러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 완화 ▲재정건전성 확보 ▲경제 구조개혁 단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보다 낮은 수준에서 하락하고 있음은 감안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재정정책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해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경제 구조개혁이 미진할 경우 경제성장세와 민간소비 증가세가 더욱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혁신적 신생기업의 시장 진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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