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심 앞둔 巨野의 노골적 압박 [김지현의 정치언락]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질문에 작심한 듯 이같이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장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탄식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달 25일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죠.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두 개의 재판을 앞두고 거야의 사법부 압박이 나날이 노골화되는 배경입니다. 법원장의 간곡한 호소에도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까지 가세한 ‘여론전’이 연일 이어지는 중이죠.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바라는 탄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대표는 직전 대선에서 현 대통령과 경쟁해 0.73%포인트 차이로 낙선했으나, 대한민국 국민 1614만7738명의 선택을 받은 직전 유력 대선주자”라며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좌우 배석 판사님, 판사님들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른 판단과, 많은 국민의 정의와 상식이 일치하리라 믿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탄원서는 강성 친명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 취합해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라 합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도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방탄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친명 의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더 여민포럼’은 지난달 16일과 22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죄 관련 토론회를 두 차례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무죄라고 확신한다”는 주장부터 “검찰을 앞세운 합법을 가장한 전대미문의 새로운 독재” “(검찰이) 수사라는 포장 뒤에 숨어 야당을 탄압한다”는 등 검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최고위원은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정치 검찰의 수사·기소에 관한 절차적인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사법정의특위는 이 대표의 억울함과 진실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위 첫 회의에선 “머지않아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될 텐데, 설령 무죄가 선고돼도 그 동안 (이 대표가) 받은 정신적 사법적 피해는 어쩌겠나”(박균택 의원)라는 등 무죄를 전제로 한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당 지도부의 공개 회의석상에서도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월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은 “오늘은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해 팩트체크를 해보겠다”며 이 대표는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으며, 해당 사건이 법리적으로도 위증교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장은 ‘거짓 시나리오’”라며 “법원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나오기에 과연 적절한 발언인가 싶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앉아있던 이 대표는 어떤 생각으로 이를 지켜봤을까요. 적어도 자제시킬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합니다. 본인도 밤낮없이 스스로 무죄를 주장하며 직접 여론몰이 중이니까요. 이 대표는 최근 한밤 중 자신의 페북에 ‘시신 없는 살인, 위증 없는 위증교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그렇게 스스로 무죄라고 확신한다면 이렇게 세 과시를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이러다 사법부가 실제로 무죄 판결을 내리면 그 땐 오히려 “법원이 170석 거야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반대 진영의 반발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테니까요. 민주당 스스로 명분을 내주는 꼴이 될 겁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檢, 명태균 구속영장에 “대통령과 친분과시…국회의원 같은 지위서 정치활동”
- 野 “김건희특검 대상 축소”… 與 “갈라치기 하려는 속셈”
- “트럼프,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발탁 예정”
- 트럼프 “美무기고 텅 비었다”… K방산 ‘1000조 시장’ 기회
- ‘전쟁시 군사 원조’ 북러조약 비준…푸틴 이어 김정은 서명
- “을씨년스러운 대남방송만… 관광객 발길도 줄어들어”
- 중년층서 급증하는 ‘4대 심장질환’…위험신호와 예방법은?
- 김병만, 전처 폭행 주장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언론플레이” 반박
- 요기요, 매출 많은 가게 수수료 4.7%까지 낮추기로
- 형제애로 마련한 400억…감사 전한 튀르키예[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