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공세에 위기 맞은 철강산업① [한양경제]
반덤핑 조사와 함께 잠정관세 부과해야
수입업체의 인식 부족도 계도해야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후판의 저가 공세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국내 대표적인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이 수익성을 심각히 훼손시키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출한 상태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 반덤핑 조치가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그사이 중국산 후판이 대거 수입되면서 국내 철강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 철강산업이 맞닥뜨린 위기를 진단하고, 가능한 대안과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중국산 후판의 노골적인 저가 공세
중국 철강업체들은 과잉 생산된 후판을 해외로 수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의 국내 시장 가격은 제조비용보다 25% 이상 저렴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품질과 빠른 납기 관리 등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으나, 중국산 저가 후판이 이러한 경쟁력을 압박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중국산 후판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국내 시장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철강업체들은 품질 유지를 위한 비용 절감 방안을 찾는 등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반덤핑 조사와 함께 잠정관세 부과해야
세계무역기구(WTO) 반덤핑 규정에 따르면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해 수입국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덤핑으로 간주해 규제한다. 한국도 이 규정에 따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요청했으나, 조사부터 조치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잠정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잠정 반덤핑 제도가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아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들은 조사 중에도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조사 결과에 따라 조정이 가능해 자국 산업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역시 잠정 반덤핑 조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크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된다. 조사 기간 중 수입이 계속된다면 국내 철강업계 피해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반덤핑 제소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 조사와 조치 시행 간격을 줄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더 노골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철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비해 중국은 생산 물량을 앞당겨 소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과 같은 주변국에 대량 수출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선제적 대응은 한국 철강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장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추가 보호무역 조치 이전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대규모 수출을 감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재개될 경우 한국 철강업계는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수입업체의 인식 부족도 계도해야
일부 수입업체들은 반덤핑 조치 시행 전 중국산 후판을 대량으로 수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단기 이익을 위해 저가 후판을 들여오지만, 반덤핑 조치 확정 시 소급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수입된 중국산 제품은 가격 대비 품질 일관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낮은 제품이 국내 철강산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품질 저하 문제는 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기술력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국가 경제와 고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 철강업계, 수입업체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정부는 조사 기간 중 잠정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잠정 반덤핑 제도 도입을 검토해 철강업계를 보호해야 한다.
또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품질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투자가 필요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 절감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수입업체들 역시 단기 이익보다 국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경영 전략이 요구된다.
결국 철강업계와 정부, 수입업체가 긴밀히 협력해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국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재인기자 hajaeinn@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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