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선 신고 간소화로 1척당 용선료 2.5억 절감”

■ 박종대 유코카캐리어스 이사
“이전 절차 복잡 대기시간 길어
당국 ‘관세행정 스마트혁신’덕
출항일정 단축·수출물량 소화”

박종대 유코카캐리어스 이사가 지난달 14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내 유코카캐리어스 본사에서 ‘국제무역선 자격전환 신고의무 완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세관 당국이 ‘관세행정 스마트혁신’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며 선박·해운업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현장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전방위 세정지원에 나서면서 불필요한 행정절차가 사라졌고,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선박과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수출입 화주와 해운선사들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운반선 선박회사인 유코카캐리어스의 박종대(58) 이사는 지난달 14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내 유코카캐리어스 본사에서 ‘국제무역선 자격전환 신고의무 완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2002년 현대상선(현 HMM)의 자동차운송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된 선사다. 연평균 70여 척의 선박을 투입해 전 세계 자동차 화물을 해상운송하고 있는 매출 3조 원대 글로벌 기업이다.

유코카캐리어스를 포함한 선박·해운업계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격변을 맞이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국경봉쇄를 단행했고 주요 선사들이 물동량 감소로 연식이 오래된 배들을 경쟁적으로 폐선(廢船)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심화하면서 비대면 거래가 늘었고 물동량은 곧 크게 증가했다. ‘탄소중립’(넷제로) 흐름도 변수로 떠올랐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해상운임도 빠르게 상승했다.

국내 주요 선사들은 부랴부랴 선박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해묵은 규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외국에서 자동차 운반선을 매입한 다음엔 국내에 수입신고를 해야 하느라 하역작업을 할 수 없었다. 신고 등 행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선사들은 야적장 확보부터 인부 대기비용, 용선료와 항만시설 사용료까지 떠안아야 했다. 박 이사는 “선사가 외국에서 매입한 국제무역선이 국내에 최초로 입항해 수입 통관하면 국내운항선으로 전환됐었다”며 “잔존유 수입신고와 과세절차를 거쳐 다시 국제무역선으로 자격전환 후 환급신청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해 선박 대기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한국해운협회를 통해 외국에서 구입한 선박이 국내에서 입항할 때 국내내항선으로 자동 전환되면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소해달라고 관세청에 건의했다. 관세청은 이에 지난 9월 ‘국제무역선 입출항 전환 및 승선 절차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국내 운항 없이 국제무역선으로 출항 예정인 선박에 대해 국제무역선 자격을 유지하는 특례를 새로 만들었다. 국내 운항목적이 없는 선박에 대한 불필요한 행정행위를 제거하는 조치다. 덕분에 국내 주요 선사들은 외국 운항을 위해 국제무역선으로 자격을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과세대상 선박용품의 수입통관과 적재허가를 거쳐 환급되는 복잡한 절차도 간소화됐다. 보세구역이 아닌 지역에 선박을 정박할 때 담보를 제공할 필요도 사라졌다.

유코카캐리어스는 출항일정 단축으로 1척당 최소 18만 달러(약 2억5000만 원) 안팎의 용선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박 이사는 “첫 입항 후 자격전환을 신청하기까지 3∼5일이 걸렸고 이로 이해 선사의 하역개시가 지체되며 화주·터미널 운영업자·하역업자까지 직·간접 영향을 받았다”며 “이번 특례제도로 국제무역선 자격을 유지하면서 해운업계가 수출물량을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