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는 안보 강화할 계기다[시평]
美 국민이 선택한 트럼프 시대
불확실성도 기회도 함께 커져
주한미군 역할 변화 추진할 것
트럼프 정책에 선제 대응 필요
원자로와 조선업 등 윈윈 가능
1기 때 日 아베 역할 尹이 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됐다. 미국 역사상 자신의 1차 임기 이후 징검다리 대통령이 된 사례는 19세기 말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래 132년 만이다. 제1기 재임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미국이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조약에서 탈퇴하고, 한미동맹과 나토 동맹에 대해 과도한 방위비 분담 증대를 요구하면서, 그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둔 미군의 철수나 지원 삭감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의 회고록이나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 등에 설명됐듯이,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도 당혹해 하면서 이 정책들을 변경시키려고 했을 정도다. 그 같은 기억을 갖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들이 트럼프 시대의 재등장에 대해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국민이 선택한 정치적 변화를 깊게 이해하면서, 트럼프 시대에서도 한미동맹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성균관대 차태서 교수는 저서 ‘30년의 위기-탈단극시대 미국과 세계질서’에서 미국 정치사상의 관점에서 트럼프 현상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탈냉전기의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은 윌슨적 국제자유주의 및 개입주의 전통에 따라 다자간 제도 및 동맹관계를 중시해 왔으나, 트럼프의 등장은 이를 대체해 포퓰리즘과 국제적 반개입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잭슨주의적 전통의 부활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재등장은 미국 주도의 단극적 국제질서의 종식으로 이어지고,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견 언론인으로서 미국과 중국을 오래 관찰해온 서울시립대 송의달 초빙 교수는 최근 저서 ‘신의 개입-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에서 트럼프의 저서와 연설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송 교수는 트럼프가 가장 사랑하는 고전이 ‘손자병법’이라고 소개하면서, 그가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에 대해 손자의 지론인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부전승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2기 때엔 손자병법에 입각한 대중 전략을 구사하며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추진하고,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대 등을 요구할 것이지만,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이나 제조업 이니셔티브 정책 등을 잘 활용하면 제2기 트럼프 시대는 오히려 한국에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게 송 교수의 시각이다. 한국이 미국을 중시하는 ‘안미경미(安美經美)’의 국가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협력한다면 한국의 경제 및 방위태세 강화에 유용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트럼프 시대의 재등장은 제1기 시대 이상으로 미국발 대외정책이나 국제안보 질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지금의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했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고, 한일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도 공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와 증진된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우리의 국가이익과도 부합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목표를 지원할 수 있다면, 한미관계는 제1기 트럼프 시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구축했던 미일관계와 같은 양호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는 곳을 공략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려 하는 핵심 정책 분야에 대해 우리가 선제적인 협력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두는 조선업 재건이나 소형원자로 개발을 통한 전기 및 에너지 증산 방향에 대해 한국이 보유한 관련 기술을 활용해 적극 동참한다면 동맹국 미국의 필요도 충족해 주고, 우리의 경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일 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증대 압력 가능성에 대해 한일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 나아가 한일 양국이 미국 협력 아래 오커스(AUKUS)에도 참가한다면 한미일 공동의 안보태세도 강화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 예상되는 불확실성을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강화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면밀한 대외 전략 강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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