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시즌'인데 우울한 인도…니프티 기업 절반이 전망치 하향

박수현 기자 2024. 11. 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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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인도 뉴델리에 스모그가 짙게 깔려 있는 가운데 인디아 게이트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델리 AFP=뉴스1)

어닝 시즌을 맞은 인도 기업의 분위기가 침체된 상태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절반가량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공개해서다. 부진한 실적 발표의 여파로 주식 시장도 좀처럼 조정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다.

12일 해외 증시 투자정보 채널 원리포트 리서치는 인도 증시의 대표지수인 니프티5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2025회계년도 2분기 (2024년7~9월) 실적이 대부분 부진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니프티50 기업 가운데 실적을 발표한 34곳 중 18곳의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15곳의 실적은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를 반영해 19개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하고 14개 회사에 대해선 하향 조정했다.

현지 증권사 모티랄 오스왈 파이낸셜 서비스(Motilal Oswal Financial Services)의 분석도 비슷했다. 지난달까지 분기 실적을 발표한 34개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예상치를 하회한 기업은 9곳, 초과한 기업은 10곳이었다. 15곳은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성적이 전망에 못 미치자 증권가는 인도 기업들의 수익 수정치를 대폭 낮추기 시작했다. CNBC-TV18 분석에 따르면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 상장 200개 기업 가운데 실적을 발표한 143개 기업의 절반가량인 86개 기업의 2025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하향 조정됐다.

외국계 증권사 제프리 인디아(Jefferies India)는 지난 10일 최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3분의 2(63%)에 달하는 기업의 2025회계연도 수익 추정치를 하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이다.

인도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압박을 연일 받는 가운데 기업 수익 성장에 대한 우려가 기업 실적 부진이 단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제프리는 판단했다.

지난달 글로벌 펀드는 110억달러(약 15조395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하며 10월 말 기준 NSE 상장 기업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15.98%로,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 결과 니프티50은 지난달 6.2% 하락해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인도 내수 경제도 침체에 빠진 모습이다. 자동차, 일상 소비재(FMCG) 등에서 도시 소비자의 구매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제프리는 지적했다. 경제 성장 우려감이 짙어지면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도 지난 달 인도에 대해 '시장수익률 상회'(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투자 의견을 낮췄다.

인도를 둘러싼 주변국 환경도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가 아시아 시장 전반에 압박을 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전망도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지난 8일 경제 부양을 위해 지방 정부의 부채 한도를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별다른 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도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제프리는 장기적으로 인도 증시에 대해 여전히 '강세' 의견을 유지하며 2030년까지 10조달러(약 1경 3995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하지만 성장 가시성이 담보된다는 점 때문이다.

소시에테 제네랄 SA의 아시아 주식 전략가인 자라트 아가왈은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금융, 필수 소비재, 선택적 소비재, 기술 서비스와 같은 전통적인 섹터에 주로 투자해 왔으나 앞으로 성장은 인프라, 실물 자산, 병원, 호텔, 공항, 항만, 제조업 등 새로운 섹터들이 주도할 것"이라며 "이 부문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고 평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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