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 맞선 동박 기술 보호 중요한데…SKC vs. 솔루스첨단 특허분쟁 격화 [비즈360]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 제조 관련 기술 특허 신경전
SK넥실리스, 솔루스첨단소재 상대 美서 소송 제기
솔루스첨단, 특허 무효심판 청구에 소송 중지 요청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 위한 움직임 커질 수밖에”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국내 동박 업계가 중국의 거센 저가 공세에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업체도 고부가 제품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어 기술 보호를 통한 초격차 유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동박 업체 간에도 특허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SKC의 자회사인 SK넥실리스가 미국에서 솔루스첨단소재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솔루스첨단소재는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최근 소송 중지까지 요청했다. 한국에서 별도의 특허 침해 소송도 건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소송 관련 행정 처리가 비교적 빠른 미국 법원과 특허청이 어느 쪽 손을 먼저 들어주느냐에 양사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업체 간 소송전을 안타깝게 보면서도 동박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매섭게 추격하는 중국과의 격차 유지를 위해서라도 지식재산권이 보호받는 환경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와 솔루스첨단소재는 총 5건의 동박 특허를 두고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에서 소송 중이다.
SK넥실리스는 솔루스첨단소재와 자회사 볼타에너지솔루스가 동박의 물성과 표면 특성 제어, 전해 구리 포일의 표면 처리 등 동박 제조 공정과 관련한 핵심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솔루스첨단소재가 SK넥실리스의 특허를 바탕으로 동박을 상용화했다는 것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SK넥실리스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 5건을 모두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9월과 10월 미국 특허청에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최근에는 법원에 소송 자체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허청 심판을 통해 특허 등록이 무효라는 결론이 나오면 진행 중인 침해 소송이 중지되는데 심판 결과가 소송 판결보다 늦게 나올 가능성이 커서다.
통상 미국 내 특허 침해 소송은 24개월, 특허 무효심판은 18개월가량 소요되는데 솔루스첨단소재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된 지 10개월 지나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산술적으로 소송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1월보다 늦은 2026년 3월 이후에야 심판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게다가 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텍사스동부연방지법은 무효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특허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적인 무효심판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단 SK넥실리스는 솔루스첨단소재가 청구한 특허 무효심판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보고 반박 서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막바지 단계로 다음달까지 소명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 특허청은 이를 바탕으로 3개월 내 무효심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특허의 유무효성을 상세히 살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그로부터 약 1년 정도 본격적인 무효 심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SK넥실리스는 앞서 솔루스첨단소재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총 6건의 등록특허에 대한 침해 소송에 대해선 이미 소명을 완료한 상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SK넥실리스가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에 맞소송에 나섰다.
SK넥실리스는 솔루스첨단소재가 한국에서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에 대해 모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특허 전체가 무효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허 권리 범위를 좁히는 정정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솔루스첨단소재의 신청대로 특허가 정정될 경우 권리 범위가 좁아지기 때문에 특허 침해 판결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당초 소송에 앞서 솔루스첨단소재 측에 서한을 보내 특허 침해 사실에 대해 알렸으나 별다른 조치 없었다”면서 “침해 받은 특허는 동박 제품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핵심 기술로 상당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SK넥실리스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의 특성을 특허로 만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특허법상 무효”라며 “유럽 자회사인 서킷포일룩셈부르크의 65년 업력을 바탕으로 동박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간 특허 전쟁은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탓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도 기술 장벽이 높은 데 비해 경쟁사가 많고 그에 따른 가격 경쟁이 치열해 업계 내 기술개발 경쟁이 센 분야로 꼽힌다.
실제 동박과 관련한 특허 분쟁은 과거에도 두 차례 있었다. 당시 한·중·일 동박 업체가 특허 침해 소송에서 첨예하게 권리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소송의 경우 국내 업체 간 분쟁인 만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에 추격당하는 동박 산업 경쟁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SK넥실리스 측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배상금 지급에 양사가 뜻을 모으면 합의할 의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경쟁업체가 100여건 이상의 동박 관련 특허를 확보하는 추세”라며 “전기차 시장 회복 시점에서 동박 경쟁력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 고유의 특허 기술을 적극 보호함으로써 침해 위협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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