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홍준표 시장 이번에는 카르텔 혁파 성공할까

김민규 2024. 11. 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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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 전경. / 대구시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아'와 '어'는 '한 끗' 차이지만 그 뜻은 엄청 다르다. '아!'는 감탄할 때 '어?'는 불쾌하거나 뜻밖의 사실에 직면했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뱉는 게 보통이다. 외국인이 보면 비슷한 글자 같지만 내포하는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 후 카르텔 혁파를 천명했다. 여기서 칭한 카르텔은 '음험한 집단'을 일컫지만 사실 그 원뜻은 동료애, 의리, 배려, 정으로 뭉친 공동체다. 카르텔과 동료 집단이 바로 '아'와 '어'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훈훈한 동료 사이에서 반 발짝만 넘어가도 카르텔로 타락한다. '아!'에서 '어?'로 가는 것이다.

"문화 분야에 정말 심각한 카르텔이 있어요." 무더위가 한창일 즈음이었다. 한 시민단체를 통해 찾아온 제보자가 대뜸 '대구시의 카르텔을 부셔달라'고 토로했다.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의 한 사단법인에서 부실한 운영에 성추행과 갑질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법인은 대구에서 '이름난' 곳이었다. 2017년부터 언론과 행정기관을 통해 수많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잡음에도 그 업체는 14여 년 넘게 보조금을 독점하며 운영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최근 보조금으로 산 고가의 기자재를 야적장에 몇 년간 방치해 상당한 예산 낭비가 적발됐다. 모르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계통에서는 '또 저 업체냐?'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얼마 전에는 성 비위와 직장 내 갑질 등으로 경찰과 노동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기도 했다. 여기까지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구설의 업체가 14년째 아무 탈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시민단체는 물론 언론과 행정기관으로부터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지만 100%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해당 업체는 재계약을 맺을 때면 항상 대구시의 선택을 받았다. 혹자는 대구에서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유사 업체가 많다. 유사 업체들도 이 업체가 유독 대구시로부터 관련 일거리를 독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대구시와 해당 업체가 '담합(?)'이 있는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각에서는 담합을 넘어 더 끈끈한 유착 관계인 '카르텔'로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카르텔의 진짜 문제는 거기에 속한 이들이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서로 도와주고 정으로 살아가는 살가운 사이라고 여긴다. 카르텔 혁파에 객관적 판단과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들의 카르텔은 카르텔 이상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와 행정기관은 물론 수많은 공중파에서도 대놓고 '관피아'로 수없이 지적해도 조금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그 대표적 증거다.

13일 열리는 대구시 행정감사에서 해당 업체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시민사회가 시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막중하다. 이들 카르텔이 이 최대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다면 이들은 카르텔을 넘어 '마피아'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피아'나 '야쿠자' 같은 범죄 집단들은 "우리 같이 '나쁜 일' 실컷 하자"며 결성됐다고 보면 된다. 서민을 보호하거나 선량한 상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내세우지만 그건 '쇼'일 뿐이다. 이들이 의리로 똘똘 뭉치면서 보편적 규범과 룰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자연스레 범죄 집단으로 타락해 간 것이다.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다. 시민들은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홍 시장에게 기대한다.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대구 지역 문화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자 '문화계 부패 카르텔'을 깰 것을 대구시 간부회의 때 강력하게 지시한 바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이번 행정감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야 우연이라고 치지만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이들 세력은 혁파가 불가능한 '문화재 마피아'로 자리매김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재를 다루는 법인이지만 문화재 관리라는 미명 아래 시멘트를 발라서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아닌가. 그러기에 이번에 상황을 바로잡지 못하면 '아!'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와야 할 고적에서 '어?' 하는 비명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다. 세금 낭비를 넘어 역사와 후손 앞에서 죄를 짓는 것이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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