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마저 함께 한 소울메이트”…러 포격에 같이 세상 떠난 우크라軍 커플

이혜진 기자 2024. 11. 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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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왼쪽)과 발렌티나. /X(옛 트위터)

차가운 전장에서 만나 뜨겁게 사랑에 빠진 우크라이나 군인과 의무병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한날한시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최근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제3독립돌격여단의 의무병 발렌티나 나호르나와 군인 다닐 리아슈케비치가 지난 4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전선에서 함께 사망했다. 두 사람이 사망한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각 ‘발키리’와 ‘베르세르크’라는 호출부호로 불렸으며 전쟁 중 만나 사랑에 빠져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했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동료들은 두 사람에게 사랑은 참혹한 전쟁을 견뎌내는 데 큰 힘이 됐을 거라고 말했다.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화장터에서 열린 의무병 발렌티나 나고르나(발키리아)와 제3돌격여단 다닐로 리아슈케비치(베르세르크)의 장례식에서 의장대가 발렌티나의 관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발렌티나는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즉시 의무병으로 자원입대했다. 발렌티나는 의무병의 사망률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농담처럼 ‘나도 언젠가 그들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이 됐다. 제3여단 의료서비스 책임자 빅토리아 콜라흐는 “그녀는 의학 교육이 부족했음에도 의료인으로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며 “생명과 죽음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변호사 마리나 스타브니추크는 “발렌티나는 항상 진지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며 “직설적이고 수다스럽지 않았지만, 자신의 일을 빠르고 능숙하게 처리했다”고 회상했다.

다닐은 2014년부터 전투에 참여해온 베테랑 군인이었고, 다리 부상을 입고도 전선으로 복귀할 만큼 강인한 전사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 그를 만났다는 동료 트로히메츠는 “제가 기억하기로 그는 저와 마찬가지로 임무를 위해 자발적으로 마리우폴행 편도 티켓을 끊은 유일한 사람”이라며 두 사람은 전장에서 죽을 각오가 돼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닐에 대해 “육체적으로 강인하고 정신적으로 강건하며 유머 감각이 뛰어났지만, 결코 다른 이들에게 공격적이거나 오만하지 않았다”며 “전장에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다닐 덕분에 모두가 안심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사답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두 사람의 장례식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화장터에서 거행됐다. 두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군중이 횃불을 밝히고 구호를 외치며 두 사람을 기렸다. 군인들은 “불로 타오르라, 생명을 주는 연약한 내 심장을. 두려움도 의심도 모르게 하소서”라고 외쳤다.

동료 군인 코스틸은 발키리(발렌티나)를 만난 것이 베르세르크(다닐)가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마침내 그와 함께 싸울 수 있는 소울메이트를 찾았지만, 이것이 그들이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었고 누구도 안전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제3여단의 군인 드비에츠니크는 “발키리는 두려움이 없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며 “발키리가 감정에 매우 진지해서 아름다웠다면 베르세르크는 진정한 전사였고 두 사람은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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