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속공제 과도히 늘리면 세수감소·부의 재분배 약화”···기재위 보고서
상속세 감세 정부 세법개정안에 제동
상속세 공제를 과도하게 늘리면 “세수가 감소하고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국회 분석이 나왔다. 대기업 총수들이 주요 대상인 현행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에 대해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 제도가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며 폐지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제시됐다. 상속세를 완화하려는 정부 세법개정안에 국회가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이 12일 여야 의원들에게 제출한 ‘조세분야 법률안 검토보고 : 상속세 및 증여세법’ 보고서를 보면,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상속세는 여전히 부유한 일부(2023년 기준 전체 피상속인 중 6.8%)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상속공제를 과도하게 늘리는 경우 세수감소의 확대와 함께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자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은 한 자녀 가구엔 기초공제 2억원과 합산해 7억원, 두 자녀 가구에 12억원, 네 자녀 가구에 22억원의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내용을 전하면서 “출산·양육 확대를 위한 다자녀 우대라는 정책수단이 상속세를 부담하는 부유층에게만 적용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당장 1·2차 베이비붐 세대(1954~1974년생) 중 고액 자산가들이 감세 혜택을 받을 확률이 커진다.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려는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현재 대기업 최대주주는 보유주식을 상속받을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보고 주식 가치의 20%를 할증해 상속세를 내게 돼 있는데, 정부는 이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최대주주 등 보유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일반주식보다 할증해 평가하는 것이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수도권의 기회발전특구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 2세 경영인에게는 상속세를 면제해주기로 한 정부의 가업상속제도 개편안에 대해서는 “기회발전특구 등으로의 기업 이전을 얼마나 촉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책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을 상속한 경우 해당 재산에 대해 최대 600억원까지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제도다.
보고서는 정부안의 세제 혜택은 연 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상속세 공제한도 600억원이 부족할 정도로 가업 자산 규모가 큰 상속인에게 집중된다면서 “상속재산의 공제 한도를 무한대로 설정해 고액 자산가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부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측면에서 봐도 “최대주주인 대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 이전이 이뤄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기업의 이전비용, 경영의 비효율성 등은 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최대주주인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을 두고는 “이른바 ‘부자감세’로 보일 소지가 있다”면서도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므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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