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 해외 ‘선물거래’ 위장 온라인 도박 일당 10명 구속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국내외에 사무실을 두고 주식 투자 전문가를 사칭, 주식리딩방을 개설하고 모집한 회원들을 상대로 1100억원대 선물거래 위장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해 110억원의 수익금을 챙긴 혐의로 30대 국내 총책 A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일당 2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3명을 인터폴에 적색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천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주식 투자 전문가를 사칭, 주식리딩방을 개설하고 모집한 회원 6270명을 상대로 ‘○○○에셋’ 등 1130억원 규모의 불법 선물거래소 4곳을 운영하면서 110억원의 수익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조사 결과, 총책 A씨 등은 국내외 선물거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허가 불법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을 제작한 뒤 선물 매매에 따른 허위의 수익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불법 주식리딩방을 운영했다.

경찰은 “이들은 모집한 회원들이 불법 선물거래소 사이트 및 HTS 프로그램에 접속한 뒤 선물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나스닥(미국), 항셍(홍콩) 등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며 “사실상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총책 A씨는 범행 과정에서 경남의 한 도시를 연고로 하는 20~30대 젊은 연령층의 MZ조직폭력배들을 포섭, 조직원으로 고용해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대포폰 명의자를 모집하거나 자금을 세탁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일당은 불법 선물거래소 운영을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금을 고가의 외제 차량, 시계, 명품 등을 구매하거나 도박·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선물거래 위장 온라인 도박 운영한 일당으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현금과 물품들./부산경찰청

경찰은 이들 불법 사이트를 폐쇄하고, 범죄수익금 압수(2억8000만원) 및 법원의 추징보전 결정(5억8000만원)을 통해 고급외제차 등 범죄수익 8억6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SNS 등을 이용해 ‘거액의 증거금 없이 쉽게 선물 거래를 할 수 있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불법 선물거래 광고 글을 조심해야 한다”며 “이런 불법 선물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도박 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절대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