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명문대 졸업장 취업에 오히려 불리-WSJ
다양성·평등·포용 정책 지나쳐 문제…취업 면접에 졸업장 배제
"하바드·예일 출신 대통령 많아도 먹고사는 문제에는 도움 안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에서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증이 취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하바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 졸업자라면 찰리 기플 금융자문사에 취직하기가 힘들다.
이 회사 CEO는 졸업증명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명문대 졸업생들과 일하면서 이들이 고객들의 요구를 교과서에 나오는 케이스 스터디 대하듯 한다고 말한다.
명문대 졸업장이 가치를 잃으면서 일자리 구하는데 오히려 방해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아예 특정 명문대 졸업장이 구직의 결격사유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연방 판사 13명이 반 이스라엘 시위가 격렬했던 컬럼비아 법대 졸업생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아이비 리그 대학이나 스탠포드, 듀크, 시카고대 등 비 아이비리그 명문대 졸업생들은 졸업장이 엘리트주의자라는 비난의 빌미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명문대 입학의 소수 인종 우대를 금지하면서 명문대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늘었다. 하바드대 입학 백인의 43%가 스포츠 장학생이거나 동문, 기부자, 교수, 직원 자녀였다.
예일대 졸업생인 리그 웰스 매니지먼트사 브라이언 마크 리그 회장은 아이비리그 졸업장이 고객과 동료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면서 “예일에 다니면서 좌든 우든 문호가 열렸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예일대 출신이라는 걸 알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고 했다. 다양성, 평등, 포용 정책이 너무 나갔다고 했다. 유대인인 리그 회장은 자신은 학교 다닐 때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명문대의 반 유대인 정서가 심각하다고 했다. “아이비리그에 자녀를 보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과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명문대 출신 인재 찾기
비영리법인 자문위원인 그는 현재의 명문대에서 언론 자유가 위축돼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 능력이 취약해질 것을 우려한다. 하바드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교수와 학생의 절반이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밝히길 꺼린다.
명문대 졸업장은 여전히 높이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명문대 입학을 위해 수만 달러의 상담료를 받는 입시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 단적인 예다. 아이비리그 비판자인 헤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도 아이비리그 동문 네트워크가 중요함을 인정한다. 주요 은행과 자문회사들이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다.
다만 명문대 출신 선발 비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베인 앤드 컴패니의 경우 명문대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출신대학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자 면접을 한다고 밝혔다.
매킨지도 졸업장보다는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한다. 최근 채용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그리넬대와 산타클라라대 졸업생이었다.
매킨지 채용 담당자는 명문대들이 학점을 너무 방만하게 주는 것도 이유라고 밝혔다. 예일대의 경우 학생의 80%가 A 또는 A 마이너스 학점을 받는다. 또 많은 명문대들이 수능(SAT) 점수 하한선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매킨지의 과거 채용 기준의 적용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뉴욕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 애덤 레이트먼 베일리는 명문대 출신들이 재능이나 투지보다는 인맥으로 선발된 것으로 생각해 아예 뽑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는 하바드와 예일 등 명문 법대들이 학생들에게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라큐스대 법대 출신인 그는 경쟁을 통해 성장한 조수가 법적 분쟁에서 승리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하바드와 예일대 출신 대통령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내가 먹고 사는 일과는 무관하다. 내가 필요한 변호사들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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