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보낸 딸이 찾아왔다…모녀의 해후 그린 연극 ‘홀로’

임석규 기자 2024. 11. 12. 10: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도 연간 평균 236명의 아동이 국외로 입양된다.

한국은 국외로 입양 보내는 아동이 가장 많은 국가다.

극단 독립극장의 연극 '홀로'는 해외 입양 문제에 감춰진 우리 사회의 어두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다.

연극은 여고생 때 낳은 딸을 북유럽으로 입양 보낸 엄마와 딸의 이야기.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 입양 모녀가 들춰내는 ‘정상 가족’ 신화의 그림자
연극 ‘홀로’ 17일까지 서울 종로 씨어터쿰
해외 입양 문제를 그린 연극 ‘홀로’ 공연 장면. 극단 독립극장 제공

요즘도 연간 평균 236명의 아동이 국외로 입양된다. 한국은 국외로 입양 보내는 아동이 가장 많은 국가다. 극단 독립극장의 연극 ‘홀로’는 해외 입양 문제에 감춰진 우리 사회의 어두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다.

연극은 여고생 때 낳은 딸을 북유럽으로 입양 보낸 엄마와 딸의 이야기. 죄책감 속에 살아온 엄마 은수에게 어느날 성년이 된 딸 미래가 찾아온다. 은수가 자신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의 죽음을 접한 직후였는데, 미래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다. 각자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온 모녀의 해후는 어색하기만 하다. 배우 원영애와 강민지가 엄마와 딸을 연기하는 2인극이다.

한국은 여전히 가족에 대한 ‘표준적 규범’이 강하게 작동하는 사회다. 이른바 ‘정상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래서인지 해외 입양에서도 부모가 미혼인 경우가 가장 많다. 은수는 여고생 시절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한 기억으로 괴로워한다. 미래는 자신을 버린 생모에 대한 미움과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고단함에 힘들어한다. 두 사람의 상처와 아픔은 한국 사회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 가족’ 신화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 입양 문제를 다룬 2인극 ‘홀로’ 공연 장면. 극단 독립극장 제공

사건과 서사 중심으로 이야기가 술술 흘러가는 연극은 아니다. 각자 엄마이면서 동시에 딸인 두 여성의 스산한 내면 풍경을 몽상과 환상을 뒤섞어 시적으로 그려낸다. 모녀의 대화는 수시로 부딪히며, 겉돌고 튕겨낸다. 형식은 대화이되, 소통은 일어나지 않는다. 상처가 깊을수록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힘겹다는 사실을 연극은 모녀의 어긋나는 대화를 통해 은연중 드러낸다.

극본을 쓴 유진월 작가는 해외 입양 문제를 오래 파고든 연구자이기도 하다. ‘헬로우 마미’(1998)에선 성폭력 생존자의 어머니가 아이를 국외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해외 입양인의 문학과 영화를 연구한 저서 ‘코리안 디아스포라, 경계에서 경계를 넘다’도 펴냈다. 유 작가는 “내면에 상처를 간직한 모녀가 치유에 이르는 힘겨운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17일까지 서울 종로 씨어터쿰.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