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직상장’ 금투협 꿈 이뤄지나… 절대甲 은행 압박은 숙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역점 사업인 ‘공모펀드의 증시 직상장’이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주 중 금융당국의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심사를 통과할 예정이어서다.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공모펀드를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거래하는 길이 조만간 열린다는 의미다.
자산운용업계는 은행과 증권사 판매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기존 구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모펀드 직상장을 반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최대 펀드 판매처인 ‘절대 갑(甲)’ 은행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보니 은행 눈치를 살피며 긴장하고 있다.
◇ 13일 금융위 정례회의서 공모펀드 상장 샌드박스 의결 예정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혁신금융서비스 신규 지정 안건을 의결한다. 여기에는 공모펀드 직상장 관련 심사 결과도 포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충분히 준비된 상태라 무난히 의결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공모펀드 상장 안건이 통과할 것으로 보고 바로 다음 날인 14일 ‘공모펀드 상장 샌드박스 관련 현장 간담회’ 일정을 잡아놨다.
앞서 금투협은 지난 6월 말 자산운용사 30여곳과 함께 공모펀드 직상장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를 금융위에 신청했다. 접수된 펀드는 50~60개다. 금융위는 기존 금융 서비스와 차별성이 있는 공모펀드를 추려 ETF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승인할 방침이다. 샌드박스 통과 이후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공모펀드 상장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당국은 상장 기준을 확정한다.
모든 과정을 거쳐 공모펀드가 주식시장에 등장하는 시기는 내년 1분기 중일 것으로 보인다. 공모펀드는 오프라인 가입용인 A클래스와 온라인 가입용인 C클래스 등으로 나뉘는데, 상장 공모펀드용 X클래스가 별도로 추가된다. 금융위는 상장 공모펀드를 우선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하고, 추후 시장 반응과 흥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제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로써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역점 사업인 공모펀드 상장은 현실로 한 단계 다가서게 됐다. 서 회장은 작년 1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모펀드 시장의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같은 해 하반기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를 제안했다. 금융위는 올해 초 발표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에 공모펀드 상장 샌드박스 내용을 담아 서 회장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 판매사 의존은 줄겠지만… “은행 눈치는 더 볼 수밖에”
공모펀드 상장을 바라보는 자산운용업계는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일단 판매사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기대 요소다. 공모펀드는 은행과 증권사 영업점 창구에서 팔리는 비중이 크다. 운용사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설계해도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팔아주지 않으면 흥행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펀드가 상장되면 투자자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운용사로선 판매사 의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판매사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운용사에 부담 요소로도 작용한다. 특히 운용사들은 펀드 최대 판매처인 은행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은행은 증권사처럼 주식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는다. 공모펀드가 상장되면 은행으로선 고객이 빠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공모펀드 직상장이 속도를 내자 영업 현장에서는 은행 프라이빗 뱅커(PB)가 운용사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낸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모펀드 상장 샌드박스에 참여하지 않은 한 중소형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 펀드는 증권사에서도 팔리지만, 은행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샌드박스 신청을 고민하긴 했는데, 판매사(은행)와 관계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가 상장되면 판매사 눈치를 살피는 관행이 줄어들 거라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다. 더 눈치를 보게 될 것 같다”며 “그나마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는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운용사들은 금융당국과 은행 양쪽 눈치를 다 볼 수밖에 없어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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