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자체개발 비만약, '위고비'보다 우수"
비만·항암·희귀질환 중심 신약개발
"내년에는 공간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연구인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도 계속 증가해 많은 연구비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전무)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4 한미약품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지배구조를 둘러싼 우려에도 회사의 R&D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비만, 항암, 희귀질환 3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만신약을 개발하는 'H.O.P.(한미 비만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임 부회장도 참석했다.
H.O.P. 프로젝트의 선두 후보물질은 자체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다.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기반의 비만약으로는 국내 최초로 임상 3상 단계에 있으며 오는 2026년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래 2027년 예정이었던 출시일정을 개발 속도를 높여 1년 앞당겼다.
최 전무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와 같은 수준의 체중감소를 기대하고 있다"며 "4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고 기존에 나온 어떠한 약보다 심혈관계질환뿐만 아니라 심장기능 개선 측면에서 높은 위험 감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비만 후보물질인 'HM15275'에 대해서는 "근육량을 보존하는 이 약물의 효과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비만학회에서 상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며 "지방감소량도 무척 높아 비만약 자체로 밸류(가치)도 높다"고 했다.
항암분야에서는 기존에 주력하던 표적항암제에서 면역항암제, ADC(항체약물접합체) 등으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R&D 센터 내 절반 이상의 인력이 항암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표적항암제에서 면역항암제로 확장이 이미 시작됐고 더욱 다양한 모달리티를 내재화하면서 저희 파이프라인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 약물에 대해서는 "한미약품은 국내 최다인 20개의 희귀의약품 지정(ODD) 이력을 갖고 있다"며 "다른 질환과 비교해 개발 성공률이 높은 특징이 있으며 저희 약물은 사회적 공헌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중요한 밸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룹이 지배구조를 둘러싼 내홍을 겪으면서 한미약품의 R&D 역량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에는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라며 일축했다. 최 전무는 "한미약품의 R&D 사업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지난 6월말 현재 한미약품은 박사급 78명, 석사급 209명 등 총 416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경한미약품(188명), 한미정밀화학(64명)을 포함하면 700명 가까운 인재들이 신약개발에 매달리는 셈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연구인력은 반 년새 30명 넘게 불어났다. 신약개발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해외학회 발표와 임상시험승인 건수 역시 꾸준히 늘었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9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4%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연간 R&D 투자를 매출액 대비 13% 이상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R&D 투자액은 2300억원 가량 기록할 전망이다.
최 전무는 "비만의 전주기에 대한 맞춤형 포트폴리오 등 글로벌하게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며 "최근 경영진 교체 이후에도 학회발표 건수나 임상시험승인 건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등 R&D 활동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부 신약기술이나 후보물질 도입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현재는 저희가 잘 하는 것을 내재화해서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지금 당장은 검토중인 내용이 없지만 기업가치를 점프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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