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 이광희 문화 엿보기] 육영수 여사와 영부인, 다음 대통령 후보 부인을 먼저 뽑자?

이광희 2024. 11.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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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과 친교를 아끼지 않았던 육영수 여사의 당시 모습. / 다음 캡처

[더팩트 | 이광희 기자] 한국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고(故) 육영수 여사에 대한 추억이 많다. 나이든 국민들은 가난했던 시절을 경험했기에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이 카리스마 강한 군부의 인상을 심었다면 육 여사는 온화한 이미지로 박 대통령을 보필했다.

지금도 기억되는 것은 소록도의 잦은 방문이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한센병 환자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존재였다. 그 때문에 기피의 대상이었다. 멸시와 심한 경우 저주의 눈길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육 여사는 남해 끝자락에 붙은 소록도를 자주 찾았다. 그들을 위로하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그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고 차를 마셨다.

이를 통해 육 여사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던 한센병 환자들이 동등한 인격체임을 알렸다. 동시에 고립된 섬에 외롭게 살아가던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그뿐만 아니다. 실질적으로 한센병 환자들의 자제를 위한 학교를 건립했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날 한센병에 대한 국민적 이해의 폭이 이만큼 넓어진 데는 육 여사의 힘이 적지 않았다.

그녀는 늘 이 사회의 어두운 곳을 어루만지는 데 앞장섰다.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갔다.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육 여사를 추억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물론 혹자들은 그것이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허상이라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육 여사의 영부인으로서의 언행에 존경을 표시하고 있다.

소록도를 방문한 당시 육영수 여사 모습. / 다음 캡처

요즈음 세간에는 ‘다음 대통령 선출부터 영부인 될 사람을 먼저 투표 하자’는 말이 있다.

영부인 될 사람의 됨됨을 먼저 보고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그 이전의 영부인들은 큰말이 없었다. 대부분 조용하게 뒷바라지했다. 누구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직전의 김정숙 여사부터 말이 많다. 샤넬 재킷 건이나 인도 타지마할 출장 수행 건도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무성하다. 인도 측의 초청이 아니라 우리 외교부의 셀프 초청이란 얘기. 그 과정에서 수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얘기.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결코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 김건희 여사 얘기로 세상이 시끄럽다. 뭉뚱그리긴 했지만 대통령의 사과도 있었다.

선거 개입이 어떻고, 청와대 용산 이전이 어떻고. 무속이 또 무엇이고... 가는 곳마다 그 얘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도 있고 명태균인가 하는 지인과의 얘기도 하루를 거르지 않는다. 언론이 온통 명태균과 김 여사, 공천과 특검, 탄핵 이런 단어들로 뒤덮였다. 이들 이야기의 한가운데는 불행하게도 김 여사가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윤 대통령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솔직 담백하게 대국민 사과를 하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언론은 도리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진정성 있는 회견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정작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의혹을 키운 일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의혹의 한가운데도 김 여사가 있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솔직담백한 이실직고(?)에도 수긍하지 못하는 것은 김 여사의 언행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이 김 여사를 직접 만난 적은 거의 없다. 측근들만 아는 범주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기에 그렇다.

일련의 노출된 사건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짐작하고 있다. 또 은밀하게 새어나온 녹취록을 통해 전체를 읽고 있다.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보가 한정되어 있기에 그리 믿고 있다.

지금까지 노출된 김 여사의 이미지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표시한 이유의 20% 정도가 김 여사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요구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아직 용산은 김 여사의 바람이 세다.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안방마님이 더 세다"는 얘기까지 한다. 그만큼 김 여사의 존재가 너무 부각됐다.

국민들은 이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이 뽑은 사람은 대통령이다. 그 부인이 아니다. 그 부인은 내조자이다.

선거를 함께 치르다 보니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함께 누릴 권리가 있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이 직접 뽑아준 대통령을 넘어서는 인상을 심어서는 안 된다.

김 여사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그의 이미지가 대통령을 능가하기에 그렇다. 마치 대통령을 손아귀 속의 아이처럼 대하는 듯한 언행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지가 뭘 안다고.", "철없이 떠드는 우리오빠"....

앞으로 영부인 될 사람부터 뽑고 대통령을 뽑자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새겨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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