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 로마 트레비 분수, 공중다리서 본다… 동전용 수조도 등장

연말까지 대대적 보수…보행로, 주말 1만4천명 방문
분수물 없는 대신 동전 수조 마련…“욕조냐” 불만도

관광객들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설치된 공중 보행로에 서서 조각품을 감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관광명소인 트레비 분수가 유지보수 공사에 들어간 후 관광객을 위한 공중 보행로가 설치됐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로마시 당국은 지난 9일부터 간이 보행로를 개방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보행로 개통식에서 “트레비 분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비 분수는 지난달 초부터 대대적인 유지관리 공사에 들어갔다. 당국은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보행로를 설치했다. 트레비 분수 위를 가로지르는 철제 보행로에는 한 번에 최대 130명이 서 있을 수 있다. 보행로가 개방된 지난 주말 사이 관광객 1만4000명이 분수를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로마 트레비 분수의 공중 보행로가 개통된 9일(현지시간) 관광객들이 분수 주위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물이 모두 빠진 트레비 분수에서는 청소 작업이 한창이다. 공사는 내년 가톨릭 희년을 앞두고 진행되는 것으로,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뜻한다.

공사 기간 중 보행로에서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50유로(약 7만5000원)를 내야 한다. 당국은 작업 중인 노동자들이 날아오는 동전을 맞아 다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유지 보수 공사가 진행중인 로마 트레비 분수 앞에 관광객들이 동전을 던질 수 있는 작은 수조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분수 앞에는 직육면체 모양의 수조가 설치됐다. 분수 대신 이곳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라는 의도였지만, 관광객들 사이에선 “발 씻는 욕조 같다” “끔찍하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주말 사이에는 4600유로(약 686만원) 동전이 수조에 쌓였다. 당국은 공사 기간 수조에 모인 동전을 모아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트레비 분수에선 뒤를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행동이 ‘필수 코스’로 꼽힌다. ‘분수를 등지고 서서 오른손으로 동전을 왼쪽 어깨 너머로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속설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1953년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배우 오드리 헵번이 이곳에서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한편 로마시 당국은 공사가 끝난 뒤부터 트레비 분수를 찾는 관광객에게 소액의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사람이 너무 몰려 분수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사태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방문객은 사전에 방문을 예약하고 입장료로 2유로(약 3000원)를 내야 한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