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를 둘러싼 '판도라의 상자', 굳이 열어야 했나?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4. 11. 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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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티아라, 사진=스타뉴스DB

첩첩산중이다.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예 처음부터 그 산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답이었다. 어차피 정상을 정복하지 못하고 길을 잃기 쉬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12년 전 가요계를 넘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티아라 사태'다. 

12년 전, 이 사태는 결국 티아라 활동중단으로 막을 내렸다. 2009년 데뷔 후 불과 2∼3년 만에 정상에 올랐지만 왕따 논란 등이 불거지며 표류하던 티아라는 2017년 멤버 보람과 소연이 계약 만료로 그룹을 떠나고, 그해 연말 큐리, 은정, 효민, 지연의 계약도 만료되면서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풀 수 없는 매듭이 다시 꼬이는 모양새다. 왜 이 답답한 뫼비우스의 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일까?

루화영, 사진=스타뉴스DB

#김광수 대표는 왜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나?

과거 티아라 소속사 대표였던 김광수 현 포켓돌스튜디오 대표는 지난 9일 방송된 MBN '가보자GO'에 출연해 티아라 사태를 끄집어냈다. 티아라에 뒤늦게 투입된 화영이 공연을 앞두고 부상을 입은 것이 불화의 단초가 됐고, 이후 조건 없이 류화영·효영 자매 계약을 해지해줬는데 왕따설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 주장의 핵심은 이것이다. "내 생각에 티아라 멤버들은 잘못이 없으니 방송을 강행했다. 지금도 멤버들한테 미안하다. 벌써 10년이 넘은 일인데 나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눈시울도 붉혔다. 티아라에 대한 그의 진심을 전한다는 취지였을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하나만 생각했다.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행위가 또 다른 누군가를 공격하는 미필적 고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분쟁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쪽의 편에 힘을 실어주면 다른 쪽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 상대는 바로 류화영·효영 자매였다. 

"왜 지금 굳이?"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단순히 김 대표가 예능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입을 연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솔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현재 불거진 논란으로 증명된다. 12년 전에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매듭지어지지 않은 사건을 들춰서 논란만 가중시켰다. 의도된 논란이라면 그 의도는 적중했다. 반면 의도하지 않았다면, 또 다시 애먼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항간에는 '티아라를 컴백시키려는 것인가?'라는 궁금증도 제기됐다. 티아라는 전성기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그룹이다. 최근 멤버 지연의 이혼 등과 더불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요즘 2NE1,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 걸그룹 재결성 붐이 일고 있다. 티아라는 어떤 그룹보다 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그룹으로 꼽힌다. 

하지만 티아라로 다시 활동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앞선 논란이다. 이 논란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그룹이기 때문에 그 매듭부터 풀어야 한다. 굳이 이 시점에 김 대표가 나서서 그 논란을 직접 거론한 것이, 혹시 티아라 컴백을 위해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는 차원이 아니었냐는 업계의 분석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풀 수 있는 매듭인가?

"내 생각에 티아라 멤버들은 잘못이 없으니 방송을 강행했다." 김 대표의 이 한 마디는 류화영·효영 자매를 자극했다. 양측이 다툼을 벌였는데, 소속사 대표가 한 쪽을 두둔한다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한 쪽이 잘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 대표가 직접 류화영·효영 자매를 공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자매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만한 발언이었다.

결국 자매는 입을 열었다. 화영은 10일 SNS를 통해 "'왕따'당했던 내용은 사실"이라면서 "티아라 멤버들이 저에게 폭행과 더불어 수많은 폭언을 일삼았다. 티아라 계약해지 당시, 저는 왕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었기에 기자회견을 통해 제 입장을 표명하려고 했으나, 김광수 대표님은 기자회견 없이 함구하면 당시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저의 친언니도 계약해지를 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고작 20살이었던 저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하루 후 효영 역시 과거 공격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SNS를 통해 "동생(류화영)의 왕따 사건과 저의 문자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리겠다"면서 "동생이 티아라 멤버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과 더불어 '너무 힘들다', '언니가 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동생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던 결과가 저의 문자 사건"이라고 입장을 냈다.

당시 티아라 사건을 둘러싼 여론은 차가웠다. 화영은 먼저 티아라를 떠났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도 예전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결국 티아라는 활동이 중단됐다. 그 시점에 가장 궁금한 질문은 화영의 입장문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김광수 대표님께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12년이나 지난 그 이야기를 방송에 나와 실명까지 거론하며 완전히 왜곡된 발언을 하신 저의가 무엇입니까?"

이는 모든 대중이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12년 전에도 해답을 찾지 못했던 진실 공방, 과연 지금은 그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결국 또 남는 건 상처 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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