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미 자국 우선주의에 ‘반독점 칼날’ 무뎌지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 반독점 정책도 변화가 예고된다. 그간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견제해온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칼날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앞에서 무뎌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전 세계 정보통신(IT) 시장을 장악한 주요 플랫폼 공룡 대다수가 미국 기업이어서다. 이에 따라 거대 플랫폼 규제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가 더욱 노골적이고 강도 높은 통상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정상급 경쟁법 전문가에게 트럼프 시대 반독점 정책 전망을 들었다.
트럼프식 반독점 정책은?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는 12일 한겨레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익 우선주의라는 큰 명분 아래 빅테크 규제에 한층 완화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하고, 구글·애플·메타·아마존 등에 대한 반독점 규제정책을 펼쳐왔다. 이런 기조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에는 180도 뒤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신영호 중앙대 교수(경제학)도 “미국 경쟁 당국이 향후 반독점 소송을 덜 제기하거나, 이미 진행 중인 소송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자국 우선주의’의 틀을 벗어나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럭비공 같은 ‘트럼프의 특성’에 주목한 시각이다. 실제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재임 당시 정치적 편향성을 들어 자국 빅테크 조사를 직접 지시한 바 있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법학)는 “트럼프는 구글, 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선 시기에 민주당에 유리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조사를 지시했다”며 “트럼프 1기를 돌아보면, 트럼프가 반독점 정책에 대한 특정 견해나 방향성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눈 밖에 난 빅테크에는 자국 우선주의라는 보호막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통령 후보인 제이디(J.D) 밴스의 존재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그는 구글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구글을 해체해야 다른 기업이 성장할 생태계가 마련된다는 취지다. 밴스는 지난 8월 영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너무 크고, 너무 강력하다.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많은 빅테크들이 쪼개져야 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 후보의 의중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통상 압력 한층 강해질 것”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공정위의 법 집행 및 정책 추진에 대한 통상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고 있었다. 국내 대형 로펌 소속의 경쟁법 전문 변호사는 “트럼프 1기 당시 우리 공정위가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을 제재할 때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이 상당히 강력했다”며 “향후 공정위가 미국 기업을 제재할 때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모뎀칩셋 시장에서 확보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불공정 거래를 강요했다가 적발돼 2016년 공정위로부터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보이지 않는 물밑 통상 압력이 미국 정부로부터 거셌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소수 독과점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한층 더 강한 통상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소수 거대 플랫폼에 한정해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등 조사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가 마련한 기준을 보면, 규제 대상에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가 포함된다. 한국경쟁법학회장을 역임한 경쟁법 전문가는 “이미 우리 공정위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미국 쪽 통상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훨씬 강력한 (미국의) 저항을 맞닥뜨릴 것이 뻔하다”며 “공정위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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