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페타시스, 시간차 공시에 시너지도 불분명…혹평 쏟아진 유상증자
호재·악재성 시간 차 공시에 주가 요동…'투자자 원성'
증권가 "이차전지 기업 인수 이해하기 어렵다" 혹평도
이수페타시스가 지난주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세 건의 공시를 시간차를 두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호재성 공시를 시간외 단일가 매매 시간에 발표하고, 시간외 단일가 매매가 종료된 후 유상증자 등 악재성 내용을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공시 내용에 대한 혹평도 쏟아졌다. 이수페타시스가 발표한 이차전지 기업 인수와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히 주당순이익(EPS)을 희석하는 것보다 더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며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내렸다.
이수페타시스, 유증 소식에 주가 20% 급락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전 거래일(3만1750원) 대비 22.67%(7200원) 하락한 2만4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수페타시스가 지난 8일 오후에 올린 세 건의 공시 탓이다.
첫번째로 이수페타시스는 8일 오후 4시 55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신규 공장신설 투자 건을 공시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월 22일 대구시와 투자협약서(MOU)를 체결하고 대구 산업단지 내 토지를 108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호재성 공시로 받아들였다. 이수페타시스 주식은 시간외 단일가 매매에 4시 50분 3만1650원에 거래되고 있었으나, 공시 직후인 오후 5시 3만30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그러나 시간외 단일가 매매가 끝난 오후 6시 이후 두 개의 공시가 더 올라왔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500억원(2010만주)을 조달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주식 수(6325만주)의 31.79%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한다. 이러한 대규모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중 2500억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하고, 코스닥 기업 '제이오' 인수를 위해 3000억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날 같은 시각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 두 개 사안을 시간차를 두고 공시했다는 점이다. 함께 발표된 이사회의사록을 보면 세 개 사안은 모두 8일 오전 9시에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투자자들은 "이수페타시스가 고의로 공시에 시차를 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쏟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오후 4시 55분 신규 공장신설 투자 공시를 통해 "투자금액은 향후 회사의 자금계획에 따라 내부보유자금과 외부조달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유상증자 계획도 이미 같은날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하루 사이 20% 이상 급락하면서 유상증자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신주 예정발행가는 8일 종가 대비 대비 14% 낮은 2만7350원인데, 오늘 장 마감가(2만4550원)가 예정발행가보다 낮아졌다. 최종발행가는 향후 주가흐름과 거래량을 반영해 내년 2월 3일 확정한다.
"제이오 인수, 투자자와의 공감 필요"
증권가는 이수페타시스가 발표한 '제이오 경영권 취득' 공시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 간의 시너지가 단기간에 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공급한다. 제이오는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상용화에 성공한 소재 개발 전문 기업이다.
이수페타시스가 8일 공시한 내용을 보면 회사는 제이오 경영권 인수에 3000억원가량을 사용한다. 먼저 △제이오가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997억원 △전환사채 취득에 420억원 △제이오 최대주주 강득주 대표이사 보유지분 중 575만주 인수에 1581억원을 쓸 계획이다. 이 같은 거래가 끝나면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지분 30.11%를 가지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제이오 인수 시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이수페타시스의 목표주가를 5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유지'로 낮춰 잡았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AI 기반 MLB 기판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이지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며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다"면서도 "현재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가 장기 공급 계약을 취소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제이오는 이차전지 설비 등 플랜트 매출이 88%, CNT 매출이 12% 수준"이라며 "CNT 매출의 90% 이상이 S사와 유럽 고객사인데, 이 회사들의 2025년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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