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각축장' 된 광주…전통시장엔 위기? 기회?
상생 판단 엇갈려…적자생존 위기감 속 회생 기회 염원 교차
[편집자주] 광주지역 전통시장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일 배송과 상인 고령화 등 이유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3년 뒤부터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줄줄이 들어선다. 총 4곳의 복합쇼핑몰과의 생존 경쟁을 대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3년인 셈이다. 뉴스1은 전통시장 상인 10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광주와 전통시장에 주어진 '모래시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7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바야흐로 광주는 '복합쇼핑몰의 각축장'이다. 국내 대형 유통업계 '빅3'가 광주에 대규모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 백화점 건립에 나섰다.
추진 중인 사업은 현대백화점 '더현대 광주', 신세계 프라퍼티 어등산 '그랜드 스타필드', 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광주신세계 프리미엄 백화점 '신세계 아트앤컬처파크' 등 4곳이다.
현대백화점은 광주 북구 임동의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더현대 광주'를 건립한다. 2028년 1월 개장 목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어등산 관광단지에서 '그랜드 스타필드' 건립을 추진한다.
광주신세계는 바로 인근에 백화점을 신축하고 2037년까지 순차적으로 '아트앤컬처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롯데아울렛 수완점을 리뉴얼해 롯데의 새로운 복합쇼핑몰 브랜드인 '타임빌라스'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들 4곳이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개점할 예정이어서 광주지역 전통시장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대책을 세우는 데는 겨우 3년여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각 복합쇼핑몰은 공통점이 있다. '압도적인 규모, 국내 최대·최고 수준'을 앞세운다.
'복합쇼핑몰 건립'이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이뤄지는 것이지만 복합쇼핑몰이 여기저기 서면 전통시장 소멸이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뉴스1>이 10월 한달간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복합쇼핑몰이 전통시장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 전통시장 상인 100명 중 70명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대답했다. '영향이 적을 것'이란 답변은 15명, '보통 수준'이란 답변은 15명이었다.
대인시장에서 40년째 식당을 하는 A 씨는 "복합쇼핑몰이 일제히 들어오면 광주 방문 인구는 반드시 늘어난다"며 "문제는 그 사람들이 과연 전통시장에 올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합쇼핑몰은 '식사와 쇼핑, 여가생활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자체나 기업이 상생책을 내도 전통시장은 결국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합쇼핑몰의 대규모 공세에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을까. 대형마트처럼 복합쇼핑몰에 의무 휴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물었다. 상인 85명이 '도입해야 한다'고 찬성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지역 진출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건 전통시장과 복합쇼핑몰의 상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시장과 복합쇼핑몰의 상생이 가능할까'란 물음에 상인 76명은 '불가', 24명은 '가능'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상생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한 50대 상인은 "복합쇼핑몰끼리 경쟁하기도 바쁠 텐데 전통시장에 신경을 쓰겠느냐"며 "결국 자본주의의 기본인 적자생존으로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통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명맥이야 이어지겠지만 반드시 문을 닫는 시장이 생기고 남은 상인들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대로 '상생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24명은 복합쇼핑몰 입점이 '피하지 못할 비'라면 이를 이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의 전망은 간절하고 구체적이어서 흡사 절절한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1913송정역시장의 40대 상인은 "타지역에 있는 코스트코를 방문하면 주변 관광도 하고 볼거리를 찾으러 다닌다. 한번 방문한 손님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전통시장은 '시장' 개념에서 벗어나 '전통을 아우르는 문화적 개념'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음식점 상인은 "복합쇼핑몰에 밥그릇을 다 뺏긴다,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반발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라며 "손님을 잡을 킬러콘텐츠, 전통시장을 외부에 알릴 콘텐츠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인시장의 60대 식당업주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KIA의 프로야구 선전 덕을 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상생의 전제는 상인들의 인식 전환에 있다. 외국인들은 복합쇼핑몰보다 전통시장을 선호한다. 요즘 한강 작가와 KIA 야구의 영향으로 전통시장을 찾는 관광객들도 봤다"면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남광주시장의 50대 정육점 사장은 "사실 취급 품목이 다르기에 전통시장 대 복합쇼핑몰이라는 구도는 말이 안 된다"며 "남광주시장은 수산물 특화시장으로 새벽 장이 서는 곳이다. 이런 장점을 특화하면 복합쇼핑몰과의 상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말바우시장의 50대 여사장은 "말바우시장에 술 한 병을 2000원에 파는 곳이 있다. 홍보를 따로 안 해도 밤마다 대학생들로 붐빈다"며 "많은 건 필요 없다. '장점 하나'와 지자체 지원, 복합쇼핑몰의 상생 노력이 섞이면 전통시장에도 미래는 있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복합쇼핑몰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광주 전통시장 상인에게 희망과 절망의 공존을 제공하는 모습이다. 소멸 위기 전통시장의 회생 기회를 찾아야 한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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