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분위기 바뀌니 활기 되찾아…성과내는 대구 도시재생 사업

최수호 2024. 11.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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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군 203만㎡서 24개 사업…환경개선 및 주민 수익창출·상생 효과
북구 '오봉산길 마을' 국토부 대상…市 "도시재생 으뜸 지역 되도록 노력"
도시재생 사업으로 활력 찾은 대구 북구 오봉산길 마을 [대구 북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황수빈 기자 = "수십 년 동안 살았던 동네가 이렇게 바뀔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우범지대 같던 동네가 밝고 깨끗해지니 집 밖으로 다니는 것도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

지난 8일 대구 북구 오봉산 자락에 있는 침산1동 오봉산길 마을.

북구에서 가장 인구가 고령화되고 산비탈에 위치해 주거 환경도 낙후한 이곳은 2018∼2023년 국·시비 등 326억원가량을 투입해 1만6천766㎡ 터에서 진행한 도시재생 사업으로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뀐 대표적인 곳이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24년 도시재생 종합성과평가 경진대회'에서 준공 사업지 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차를 타고 마을을 돌아보니 빈집들과 잡목 등이 방치돼 흉측한 몰골로 남아있던 마을 곳곳 공간에는 카페·체력단련실 등이 들어선 지상 4층 규모 복합커뮤니티센터와 41개 주차면을 갖춘 지상 2층 규모 공영주차장, 소규모 공원 등이 번듯하게 들어서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자주 찾았던 낡은 경로당도 지상 2층짜리 흰색 건물로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비탈진 곳에 있는 동네라 경사가 심한 골목길 등에는 주민들이 오갈 때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길가에 핸드레일(손잡이)이 설치돼 있었다.

비좁았던 마을 내 도로들은 폭을 넓히고, 도로 바닥 면에 주황·초록색을 칠한 뒤 희고 노란 꽃무늬도 새겨 넣었다. 교통사고가 잦은 위험 구역에는 회전교차로도 생겨났다.

우중충했던 동네 야경을 덜어내 주는 태양광 가로등 89개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폐쇄회로(CC)TV 32대도 설치했다.

이날 공영주차장 옥상에 새롭게 조성된 공원 정자에서는 마을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감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30년째 이곳에 사는 김복달(83) 할머니는 "이웃들과 하루에 몇번씩 정자에 모여 시간을 같이 보낸다.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라며 웃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조성한 옥상 공원 [대구 북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중앙정부와 협력해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소외받던 도시 공간들도 차츰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구시 등은 도심 쇠퇴 등에 대응하고자 2014년부터 국·시비 3천700억원을 들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역특화 재생·우리동네살리기 등 유형으로 구분된 사업은 지금까지 중구를 비롯해 8개 구·군 24곳에서 진행됐다.

인구 감소·건물 노후화·산업체 감소 등 문제를 안은 지역들 가운데 지자체가 사업 효과 등을 고려해 추천하고 중앙정부가 최종 선정한 곳들이다. 전체 사업 면적은 203만5천여㎡에 달한다.

24개 대상지 가운데 사업이 끝난 지역은 7곳이며, 나머지 17곳은 2026년까지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된 지역 주민들은 동네 특색에 맞춰 새롭게 들어선 시설 등에 높은 만족감을 보인다.

저소득층 가구들이 입주한 달서구 월성2동 영구 임대단지 안 놀이터를 없애고 지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달서건강복지관'도 이러한 시설 가운데 하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공받은 854㎡ 터에 85억원을 들여 건립한 건물에는 정신건강 상담을 받거나 영어 회화·아프리카 민속 악기 칼림바 등을 배우려는 주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주(73) 씨는 "평생 악기 구경을 못 했는데 너무너무 재밌다"며 "우울한 마음이 여기만 오면 탁 트인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악기 수업"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지난 8일 대구 달서구 달서건강복지관에서 한 주민이 악기 수업을 듣고 있다. 2024.11.12 hsb@yna.co.kr

도시재생 사업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비단 빈집 등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마을 환경 개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꾸린 주민들이 새 건물에 입주해 카페나 식당 등을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마을 외부 인구가 들어와 활동하며 주민들과 상생하는 모습 역시 이 사업을 통해 볼 수 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2022년 서구 원대동에 마련한 뮤직홀에는 대구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청년 음악가들이 입주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청년 음악가들은 이 건물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악기 수업도 해준다.

대구시는 중앙정부와 협력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자체 재원으로 지역에 산재한 역사적 자산을 단장해 청년 창업가 대학 등에 개방하는 '대구형 도시재생'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자체 등이 대규모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의 실마리를 마련했더라도, 사업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새로운 환경 위에 싹튼 주민 간 협력·상생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민간 영역 노력 또한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연근 대구시 도시정비과장은 12일 "지역의 소외된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정 등을 투입해 공공·기반 시설 등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며 "중앙정부 정책에 발맞추고 우리 지역 특성도 살리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대구가 이 분야 으뜸 도시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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