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동전주가 급증할까
11월 11일 현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무려 5000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2610개(코스피 846, 코스닥 1764)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합은 2456조원으로 엔비디아 1개 회사의 절반도 안 된다. 또한 애플 4807조원, 마이크로소프트 4400조원, 그 밖에도 아마존, 구글의 시가총액도 한국의 전체 시가총액보다 크다.
세계 최대 주식시장 미국은 한국보다 GDP가 15배 더 많고, 시가총액은 18배 더 크지만 상장사 수는 6773개로 한국에 비해 단지 2.3배 수준이다. 일본도 한국에 비해 GDP는 2.5배 높고, 시가총액도 2.5배 크지만 상장기업은 3584개로 1.2배에 그친다. 대만의 시가총액은 한국보다 크지만, 상장기업은 1016개로 한국의 39%밖에 안된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상장사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장기업 숫자는 많지만 삼성전자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장기업이라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낮은 시가총액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이 굉장히 작고 열악하다는 뜻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년에 단 한 번이라도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코스닥 종목은 총 568개로 전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애널리스트가 전혀 다루지 않는 기업이 120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상장기업 수가 너무 많고, 시가총액이 작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회사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으니 정보의 비대칭성은 심화되고, 제대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코스닥에서는 '데이트레이딩'(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파는 단타 거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데이트레이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하며2005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에 주가가 1000원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로 불리는 종목이 급증하고 있다. 동전주는 금년 10월말 기준 224개나 된다. 10년간 신규 상장기업의 평균 공모가는 13000원을 상회했다. 결국 동전주는 공모가 대비 93%정도 폭락했다는 뜻이다. 100원도 안 되는 주식도 1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 이러한 원인은 한국거래소가 2022년 11월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시가총액이 큰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시가총액이 2400억원에 육박하는 SK증권의 주가는 11월11일 현재 506원 수준이다. 이 밖에도 동양 763원, 한국제지 959원, KEC 931원, 한국캐피탈 561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833원 등 시가총액이 1500억원을 넘는 동전주 종목이 수두룩하다.
동전주는 적은 돈으로도 주가를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테마주로 둔갑하거나 '작전세력'의 목표물이 되기 쉬워서 개인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런데 최근 동전주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동전주의 33%가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환기종목이다.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거래소가 주의보를 내리는 기업을 관리종목이라고 한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기업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2400~2600여개였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엄청난 자금이 시장에 풀리며 자금이 풍부해진 테크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나스닥에 대거 진입하여 2022년 3668개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3년 3417개, 2024년 8월 말 3334개로 감소했다. 2022년 말보다 334개가 줄어든 것이다. 나스닥에선 한 달 이상 주가가 1달러 미만이면 경고를 받고, 이후 540일 내에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퇴출된다. 부실기업은 최장 1년 반 이내에 퇴출시키는 것이다.
반면 코스닥 기업 수는 매년 증가세다. 2010년 말 1035개였던 코스닥 상장기업은 2022년 1615개로 늘었다. 나스닥 종목이 줄어들기 시작한 2023년 이후에도 코스닥 기업 수는 꾸준히 늘어 11월 현재 1764개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말에 비해 149개가 늘었다.
코스닥의 경우 자본 잠식, 매출액 미달, 배임·횡령 등 퇴출 사유가 발생해도 해당 기업이 이의 신청·소송을 제기하면 4년 이상 상장 폐지를 못한다.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에 충분한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이런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원활한 퇴출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좀비기업'들이 넘쳐난다. 이런 이유로 금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기업 중 39%가 적자기업이다. 그중 72%는 만성 적자다. 코스피도 마찬가지다.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 정지 상태에 놓인 상장사 100개 중 21개가 코스피 상장 기업이다. 퇴출 요건에 해당되더라도 투자자들의 반발을 겁내 상장 폐지를 못 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주식시장에 '페니 스톡(penny stock)'이 급증해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니 페니 스톡을 줄여달라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니 스톡은 우리나라 동전주와 같이 1달러미만의 주식을 의미하며, 2021년 초 10개 정도에 불과했으나 2023년 말에는 500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실적이 좋지 않은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좀비화가 되면서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나스닥에는 자동 퇴출 제도가 있지만 시장 건정성을 위해 하루라도 더 빨리 퇴출을 시키라는 요청인 것이다.
국내 증시를 떠난 서학개미가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은 글로벌 꼴찌를 전전한 지 오래다. 좀비기업이 쌓이면서 국내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현상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코스닥 퇴출제도 개선방향'과 '증권시장 경쟁력 강화'에 대한 연구용역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12월에 새로운 제도안을 만들고, 내년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상장폐지 절차는 간소화하고, 상장폐지 요건은 강화한다는 것으로 제도가 개선되면 내년부터는 한계기업의 퇴출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는 퇴출제도를 내놓더라도 실행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거래소의 보신주의와 온정주의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주식시장은 상장은 너무 쉽고, 퇴출은 매우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다. 매년 퇴출 기업 수에 비해 신규 상장 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실기업 퇴출이 아무리 빨라진다고 해도, 상장기업 숫자를 경제규모에 맞게 조정하지 않는 한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장사 수만 끊임없이 늘어만 가는 '박스피'와는 달리 나스닥은 퇴출 기업이 신규 상장보다 많다. 상장과 퇴출의 선순환만이 나스닥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더라도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위기에 빠진 시점에서 어느 때보다 체질이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만큼 금융당국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해야 한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속에서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혁신이 그 중심에 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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