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정부 직접 보조금 ②'주 52시간' 완화...특별법이 위기 속 반도체를 살려낼까

이윤주 2024. 1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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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직접 보조금 첫 등장...국내 투자 기대감
규모는 시행령에서..."실효성 크지 않을 수도"
주 52시간 완화에 노동계는 반박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서 본격 추진된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를 적용받는 '화이트칼라 면제(White-Collar Exemption)' 규정도 법안에 들어있는데 현장 반응이 엇갈려 국회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11일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대표로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 직접 보조금을 줄기차게 반대해 온 기획재정부 입장을 반영해 법안에 '직접'이란 표현은 뺀 대신 반도체 산업 투자에 재정지원(보조금)을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을 담았고, 지원 규모는 시행령에 넣기로 했다. "(기존의) 투자세액공제는 공장 완공, 영업이익 발생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선(先)보조금 지원이 더 큰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는 점을 감안했다. 특별법안은 '당사자 간 합의가 있는 경우' 반도체 R&D 인력에 '화이트칼라 면제' 규정도 포함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런 내용을 두고 ①첨단 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②국회 논의 과정에서 특별법의 실효성이 줄 것이라는 우려 ③종사자 업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으로 엇갈린다.

특별법의 보조금 조항은 대체로 환영받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우리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투자와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투자세액공제 정도로는 국내 대규모 첨단 반도체 투자가 힘든 실정"이라며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발의안대로 국회 통과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재정 지원 규모를 시행령으로 정한 건 아쉬움으로 꼽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안에 보조금 지원에 대한 강제성이 없고, 규모도 시행령으로 정해 세수 부족 등 상황에서 따라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특정 산업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면 안 된다는 반대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K반도체의 기술 경쟁력과 미래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 지급은 국민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관계 조정하고 특별법 통과해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특별법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화이트칼라 면제' 규정에 대해서는 노사 입장이 확연하게 갈린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의 의견을 모았을 때 보조금만큼이나 반기던 규정으로 첨단 기술 연구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면서도 "규제 완화 대상이 R&D 분야에 한정돼 있어 반도체 양산 기술연구, 마케팅 등으로 직군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다"고 말했다. 안기현 전무도 "(첨단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려면) 생산직군, 특히 반도체 기계 정비 인력에 대한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초기업노조 등은 화이트칼라 면제 규정이 업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든다는 입장이다. 두 노조 모두 반도체특별법에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비슷한 취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에 성명을 내 "노동자가 일한 시간에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원인을 근로시간에서 찾기보다는 경영진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박상인 교수 역시 "현재 반도체 위기론은 근무 시간이 부족하다기보다 연구 인력들이 기술개발에 매진할 만한 기업의 유인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 첨단 반도체 위기론이 큰 만큼 이번에는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해 국회를 통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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