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억원 ‘전액 보장’에 담긴 LG의 강력한 의지···무너진 ‘금성철벽’ 불펜, 다시 재건 나선다
마무리 투수가 아닌 중간 불펜투수로는 다소 파격적인 금액. 여기에 옵션 없는 ‘전액 보장’까지. 내년을 준비하는 LG의 각오가 어떤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성철벽’이었던 2023년의 막강 불펜진을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LG는 11일 장현식과 4년 52억원(계약금 16억원·연봉 36억원)에 계약했다. 옵션 하나 없는 52억원 전액 보장이다. LG가 장현식에 얼마나 진심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LG는 B등급 FA였던 장현식을 영입하는 대가로 전 소속팀인 KIA에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 선수와 전년도 연봉의 100%를 주거나,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장현식은 이번 FA 시장에서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과 함께 불펜 최대어로 꼽혔다. 특히 김원중이 지난 10일 원소속팀 롯데와 4년 54억원(보장 44억원·인센티브 10억원)에 계약하면서 장현식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장현식의 계약은 마무리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는 2014년 안지만이 삼성과 맺은 4년 65억원에 이은 한국프로야구 역대 2위 기록이다. 안지만과 장현식을 제외하면 50억원을 넘은 투수도 없다.
장현식은 KBO리그에서 11시즌을 뛰며 통산 437경기에 나서 32승36패 7세이브 91홀드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이번 시즌 75경기에 등판해 5승4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하며 KIA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모두 등판해 도합 5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LG는 선발 최대어 중 한 명인 최원태와의 협상은 서두르지 않고 있지만, 장현식과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해 성사시켰다.
LG는 2021년 3.28, 2022년 2.89, 2023년 3.43으로 3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통합 우승의 원동력도 바로 전원 필승조에 가까운 두터운 불펜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그 불펜이 망가졌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4년 38억원에 계약한 함덕주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 여기에 정우영과 박명근 같은 젊은 투수들이 흔들리면서,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6위(5.21)로 크게 떨어졌다.
LG는 올 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KT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에 패해 발길을 돌렸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LG가 가장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이 ‘불펜의 재건’이고, 그 첫 번째 열쇠로 장현식을 선택했다. 고우석이 내년에도 MLB에서 도전을 더 해보기로 했고 이정용도 군에 입대했지만, 자원은 여전히 있다. 고우석의 빈자리를 채운 유영찬의 마무리 안착도 큰 힘이다. 여기에 장현식까지 적응을 잘한다면 LG 불펜의 내년은 다시 강력해질 수 있다. 장현식의 이번 시즌 성적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으나,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과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난다면 큰 활약을 할 수도 있다. 장현식의 통산 잠실구장 평균자책점은 5.68에 불과하지만, 최근 4년간은 2.87로 대단히 좋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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