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위기서 ‘EU 우등생’ 변모한 남유럽 3국…친(親)시장적 구조개혁으로 가능”
국가부도위기 그리스, 긴축정책·법인세 인하 등 추진
스페인, 고강도 구조개혁·적극적 투자 유치 지원
포르투갈, 스타트업 육성 지원·친이민 정책 등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2010년대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던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3국이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가운데, 그 배경에 긴축정책과 시장친화적 구조개혁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최근 경제성장이 두드러지는 남유럽 3국의 지난 10여년간 정책과 경제성과를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3국은 최근 3년간 EU 전체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유럽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국가 부도 위기까지 갔었던 그리스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회복했다. 최근 EU 성장률을 상회하는 경제성장을 보이며 ‘OECD 2023 올해의 국가’로 선정됐다. 1980~1990년대 그리스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줘라”는 슬로건 하에 무상의료·교육, 연금 인상, 공무원 증원 등 선심성 정책을 펼쳤다. 이는 국가부채의 급격한 누적으로 이어져(GDP 대비 부채비율 1980년 22.7% →1993년 101.1%)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이 됐다.
이후 2019년 집권한 미초타키스 정부(신민당 정부)는 EU 권고에 따라 긴축정책을 이행하고, 감세 및 투자환경 개선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추진했다. 취임 당시 29%였던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22%까지 인하했으며, 투자·노동 관련 규제를 정비하며 기업 우호적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3년 연속 EU 평균 성장률을 상회했다. 200%가 넘었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3년 168.8%까지 하락하며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그리스의 대외신인도는 2010년 ‘투자 부적격’ 이후 13년만에 S&P ‘투자 적격’ 등급으로 격상됐다.
남유럽 재정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스페인의 경제 성장 원동력으로는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전방위적인 고강도 구조개혁과 적극적인 투자유치 지원정책이 꼽힌다. 해고 조건 간소화, 단기계약 근로 도입 등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공공투자 축소 및 지방 재정 건전화 등 경제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또, 투자이민제도인 ‘골든비자(Golden Visa)’, 해외투자자 조세 지원, 스타트업 육성 등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적극 시행했다.
그 결과,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스페인의 경상수지는 201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2021년에는 전년대비 169% 늘어난 383.1억달러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FDI 유치 결과, 지난해에는 FDI로 창출한 일자리 수(4만2450개)가 유럽 내에서 2위를 기록했다.
포르투갈은 재정위기 이후 2011년부터 경제 체질개선을 도모하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 친 이민 정책을 통한 해외투자 유치 등을 병행했다. 스타트업 국가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포르투갈’,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골든비자 제도, 외국 고급인력 세금 혜택 정책 및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 -4.1%였던 경제성장률은 2015년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EU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6.8%를 기록했다. 특히 스타트업 개수 증가(2016년 2193개 → 2023년 4073개), 다수의 유니콘 기업 배출 등 성과를 이뤘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남유럽 국가들의 성장에는 관광업 회복 등 대외적 요인 외에도 긴축 재정, 적극적 투자유치 등 친(親)시장적 체질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며 “최근 유럽경제가 에너지 가격급등 등으로 심각한 침체국면에 직면한 상황에서, 남유럽 3국이 장기관점에서 구조적 취약성 대응을 어떻게 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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