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국車’ 싼타페·쏘나타에 발칵…‘시선강탈’ 현대차, 美친 존재감 산실 [최기성의 허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11. 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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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강렬한 디자인이 통한다
현대차, 차원 다른 존재감 발산
현대미국디자인센터 손길 거쳐
브래드 아놀드 현대미국디자인센터 외장디자인팀장이 북미 특화 차량인 싼타크루즈 XRT 모델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미국 어바인]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자동차는 마초 성향을 지녔다. 마초 자동차 문화의 뿌리는 19세기 금을 찾아 광활한 서부를 개척했던 미국인들의 프런티어 정신, 카우보이 문화에서 유래했다.

거친 황무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됐던 강한 남성상과 큰 덩치를 숭상하는 분위기, 청교도가 가져온 가족 중심 문화, 넓은 땅과 싼 기름값, 안전을 위한 욕구 등이 맞물려 마초 자동차 문화가 탄생했다.

미국인들이 우락부락한 픽업트럭을 사랑하는 이유다. 미국인들은 세단이나 SUV를 구입할 때도 마초 성향을 지닌 차종에 눈길을 준다.

멀리서도 한 눈에 차종을 확인할 수 있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 마초 성향 디자인이 승부수가 된다.

현대차가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이자 핵심 고수익 시장인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미국인들의 시선을 강탈한 디자인에 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에서 66만대를 판매했다. 전기차는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한 4만8297대 판매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올해 3분기까지 9만3683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28.2% 늘었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미국 어바인]
판매 선전 이유는 우수한 상품성, 선진적인 전동화 기술에 미국인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이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서다.

현대차 디자인의 우수성은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어워드를 통해서도 인정받았다.

현대차는 기아와 함께 지난 9월 미국 산업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3대 디자인 대회이자 북미 최고의 디자인 대회인 ‘2024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 3개를 포함해 총 12개의 상을 수상했다.

현대차의 경우 자동차∙운송(Automotive & Transportation) 부문에서 아이오닉5 N이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싼타페와 싼타페 XRT 콘셉트는 각각 동상과 입상, 제네시스 GV80 쿠페는 역동적인 우아함에 기반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며 입상에 성공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전통적이고 권위 있는 디자인상인 ‘2023 굿디자인 어워드’의 운송 부문에서 N비전 74, 아이오닉6, 그랜저, 코나 4개 제품이 선정되는 대기록도 세웠다.

현대차 N 브랜드의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인 N비전 74는 세계 4대 디자인상을 모두 석권하며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현대차, 미국과도 찰떡궁합 비결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인기높은 싼타페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현대차 디자인의 메카는 현대미국디자인센터다.

현대차는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남양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유럽, 인도, 중국, 일본에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는 남양디자인센터와 유기적으로 협업해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한다.

글로벌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 최신 디자인 흐름을 반영한 콘셉트카와 양산차를 디자인한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의 전신은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 밸리(Fountain Valley)에 설립된 현대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 연구원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진행된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윤 현대미국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 케빈 강 내장디자인팀장, 앤드류 모어 선행디자인팀장, 에린 김 CMF팀장, 현대미국디자인센터장 하학수 상무, 브래드 아놀드 외장디자인팀장, 토마스 리 디자인엔지니어링팀 연구원, 류승욱 책임연구원, 조범수 책임연구원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도시 어바인(Irvine)에 현대미국디자인센터를 세웠다. 연면적 3만82㎡(약 9100평) 규모에 ▲야외품평장 ▲실내품평장 ▲클레이 모델(clay model)을 작업할 수 있는 CNC 가공기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어바인이 현대차 미국 디자인 산실이 된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어바인은 연중 온화하고 맑은 날씨에 살기 좋도 기업하기도 좋은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어바인을 비롯한 캘리포니아 지역은 미국인들의 최신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이어서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미국 시장의 디자인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대 현대미국디자센터에는 50여명의 직원들이 ▲디자인 기획 ▲스타일링 개발과 모델 제작 ▲컬러와 소재 개발 등 디자인 관련 통합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년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기준 5개 차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북미 시장에 선보인 다수의 현대차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현대차, 한번 보면 못 잊게 디자인
2인승인 HCD-1은 과감한 근육질 차체로 기존의 현대차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진=현대차]
이곳에서 탄생한 역작은 콘셉트카인 HCD 시리즈, 1세대 싼타페, YF 쏘나타다. 200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선을 사로잡은 차종을 선호하는 미국에서 호평받았다.

현대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는 199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번째 콘셉트카 ‘HCD-1’을 공개했다.

2인승인 HCD-1은 과감한 근육질 차체로 기존의 현대차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자체 디자인 역량으로 제작된 HCD-1은 당시 세계 최대 모터쇼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 자동차 잡지 ‘카 앤 드라이브’의 표지 모델로 뽑히기도 했다.

HCD-1은 스포츠카 ‘티뷰론’ 디자인의 기반이 됐다. 이후 현대차는 독립적인 디자인 역량을 갖춘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현대차는 HCD-4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한 ‘1세대 싼타페’를 출시했다. [사진=현대차]
‘HCD-4’는 그 어떤 브랜드도 시도하지 않았던 울퉁불퉁하고 유선형인 차체 곡면이 특징인 머슬(muscle)을 디자인 콘셉트로 제시했다.

HCD-4의 디자인은 19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공개된 이후 엄청난 호평을 받았으며 현대차는 HCD-4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한 ‘1세대 싼타페’를 출시했다.

1세대 싼타페는 글로벌 시장에서 111만1062대, 미국 시장에서 48만9290대 판매되며 현대차의 대표 SUV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현대미국디자인센터는 2009년 6세대 모델인 YF 쏘나타를 디자인했다.

YF 쏘나타는 초기 스케치 단계부터 스케일 모델과 풀 사이즈 모델 디자인 개발까지 남양디자인센터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쏘나타 시리즈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YF [사진=현대차]
YF 쏘나타의 외부 디자인은 유연하고 스포티한 옆모습을 보이며 전면은 와이드한 라디에이터 그릴 및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YF 쏘나타는 쏘나타 시리즈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찬반양론을 불렀지만 판매에서는 성공했다.

글로벌 누적 판매대수는 212만6697대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160만6512대 판매되며 쏘나타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YF 쏘나타는 강렬하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호평받았다. 현대차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끌어올렸다.

현대디자인센터는 한국·유럽·일본·중국 등지에 있는 현대차 디자인센터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미국 소비자를 겨냥한 디자인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LA=최기성 자동차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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