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FA‘ 장현식에게 4년 52억원 풀 보장한 LG, 이제 협상 시작하는 ‘집토끼’ 최원태...엄상백급 계약의 ‘반전’ 가능할까
‘집토끼’와는 아직 협상 테이블을 한 번도 차리지도 않았는데, 외부 자유계약선수(FA)부터 만나 4년 52억원의 거액을 주고 영입했다. 그것도 옵션 하나 없는 전부 보장액이다. 이는 곧 집토끼 단속이 그리 급하지 않았고, 외부 FA 영입에는 그만큼 절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 FA인 선발투수 최원태보다 외부 FA인 불펜투수 장현식과의 계약을 마무리 지은 LG 얘기다. 이제 LG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올 시즌 LG 불펜진은 더 이상 비교우위를 점할 수 없는 무기가 됐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5.17로 6위에 불과했고, WAR은 3.18로 9위까지 떨어졌다. 마무리 고우석이 미국에 진출한 데다 이정용의 상무 입대, 함덕주의 부상 등으로 기존 선수들은 기복이 심했다. 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마무리 유영찬과 셋업맨 김진성 정도가 전부였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듯,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으로 정규리그 3위에 오른 LG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진의 구멍을 또 한 번 절실하게 느껴야했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전천후 마당쇠로 변신시키고, 선발자원 손주영을 불펜 알바를 시키는 고육책을 써야만 했다. 이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해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플레이오프 무대는 통과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선 1승3패로 패퇴하고 말았다.
이런 팀 상황은 LG가 내부 FA이자 선발 자원인 최원태보다는 KIA의 핵심 불펜으로 뛰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장현식을 먼저 품에 안는 것을 선택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 11일 KIA에서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장현식과 계약을 맺었다. 조건은 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으로 총액 52억원. FA 계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옵션이나 인센티브가 없는 풀 보장계약이다.
두 선수의 실적을 비교하면 김원중의 압도적 우위다. 김원중은 통산 132세이브를 거둔 롯데 마무리, 장현식은 마무리가 아닌 필승조에서 뛰며 통산 94홀드를 기록한 불펜투수다. 롯데가 아닌 다른 팀으로 옮겼다면 김원중이 더 좋은 조건을 받아낼 수 있었겠지만, 김원중은 롯데와의 ‘동행’을 선택했다. 김원중이 원 소속팀에서 먼저 눌러앉으면서 장현식이 반대급부로 이득을 봤다. 영입 시 불펜 무게감을 올릴 수 있는 최대어가 장현식만 남으면서 가치가 폭등했다. 장현식의 원 소속팀인 KIA는 물론 지방구단도 장현식에게 영입 제안을 넣었지만, 옵션 없이 협상 초반부터 50억원대의 계약을 제시한 LG가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이제 관심은 장현식 영입을 통해 불펜 보강에 성공한 LG가 내부 FA 최원태를 눌러앉히느냐에 쏠린다.
아울러 LG의 상황을 보면 최원태가 그리 급하지 않다. 내년 시즌 선발진에 토종 선발은 임찬규와 손주영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다. 외국인 선발 둘에 임찬규, 손주영까지 4선발이 확실한 LG로선 5선발 슬롯에 샐러리캡을 초과하면서까지 거액을 베팅할 여력은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 입장에선 최원태가 가을야구 마운드에만 서면 부진에 빠지는 것도 고려할 법하다. 게다가 임찬규는 지난 겨울 4년 총액 50억원의 FA 계약을 맺었는데, 보장금액은 26억원(계약금 6억, 연봉 20억), 옵션이 24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원태에게 임찬규보다 더 큰 계약을 안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과연 LG의 장현식 영입은 최원태에게 어떤 ‘나비효과’가 될까. 대어급 FA들이 예상보다 이르게 줄줄이 계약을 맺은 이번 FA 시장의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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