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사상 최초'일 17세 챔프 김영원 "64-64-128강 이후 삭발했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상상 이상으로 훨씬 빠르게 자신의 시대를 엿보여준 김영원이다.
직전까지는 PBA 1부 투어에서 10대 선수가 어떤 기록을 쓴 적이 없다. 당분간 김영원이 남기는 발자취 대부분이 사실상 '사상 최초'일 예정이다.
김영원은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 24-25' PBA 결승전서 김영원이 세트스코어 4-1(15-13, 15-5, 7-15, 15-12, 15-8)로 오태준(크라운해태)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만 17세의 김영원이 이룩한 우승은 PBA 사상 다시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다. 남녀부를 통틀어서는 김예은(웰컴저축은행)이 직전 20세 나이로 20-21시즌 개막전(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이룬 최연소 우승 기록을 깼다. 남자부만 따져서는 96년생의 신정주가 19-20시즌 신한금융투자 대회에서 세운 최연소 우승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2-23시즌 챌린지투어(3부)에서 만 15세의 나이로 프로당구 무대에 데뷔한 김영원은 지난 시즌 드림투어(2부)로 승격해 두 차례 준우승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드림투어 상위 성적자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얻어 1부 투어에서도 틈틈이 경험을 쌓았다. 5차 투어(휴온스 챔피언십)서는 '벨기에 강호'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꺾는 등 32강까지 진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결국 프로 3년차인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1부 투어로 승격한 시즌 첫 대회(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부터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140일 만에 다시 결승에 올라 이번에는 기어코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PBA 22번째이자 대한민국 11번째 PBA 챔피언에 등극한 김영원은 우승 상금 1억원을 손에 넣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김영원은 "첫 우승이라 얼떨떨하다"며 "개막전 때 첫 결승전에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었다"며 소감을 풀어놓았다.
이하 김영원 일문일답
- 우승 소감
첫 우승이라서 얼떨떨하다. 개막전 때 첫 결승전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강동궁 선수를 상대로 초반에 앞서 나갔지만, 조금씩 추격당하면서 압박을 받았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서지 말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더 좋다고 느꼈다. 준우승이 아픈 기억으로 남았었다. 두 번째 결승전서 비로소 우승해서 기쁘다.
- 머리를 시원하게 밀었다. 머리 스타일을 바꾼 이유는
개막전서 결승에 오른 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최근 3개 투어에서 64강-64강-128강에 머물렀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이번 투어 개막 사흘 전에 머리를 밀었다. 거의 삭발에 가까운 머리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머리가 조금 자란 거다.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머리 스타일 변화에 크게 놀라셨다.
- 당구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시기는
당구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난 중학교 1학년 때 당구 수지 25점에 도달했다. 아버지가 선수에 도전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본격적으로 당구 선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당구를 좋아하신다. 나와 처음 당구를 함께 즐겼을 때는 수지가 21점이었는데, 이제는 28점까지 오르셨다. 어릴 때는 아버지와 컴퓨터 게임을 했었는데, 아버지가 당구를 즐기면서 나도 당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당구장 손님들도 "어린 학생이 당구를 잘 치네"라며 놀라시곤 했다.
- 혼자 훈련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었는데, 훈련법에 변화를 줬는지
원래는 아침 일찍 당구장에 나간 뒤 초저녁쯤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정오에 당구장으로 향한다. 30분 정도 몸을 푼 뒤 연습 경기를 위주로 훈련하고 있다. 오후 8시쯤 집에 들어간다. 집에 돌아간 뒤에는 영어 공부도 조금씩 하고, 당일 경기를 복기한다. 외국 선수와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면 당구 공부에도 도움을 줄 것 같아서다. 훈련을 쉬는 날은 없다. 매일 연습한다.
- 상금 1억원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
상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웃음) 아버지와 개인 연습실을 차리자는 이야기는 나눴었다.
- 한창 친구와 어울리고 싶은 나이일 텐데, 학교 생활이나 친구가 그립지는 않은지
당구장 삼촌들과 잘 어울리고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초등학교 친구들도 가끔 만난다.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여행도 다닌다. 중학교 다닐 때도 당구를 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주변에 소문이 났다. 응원을 많이 받았다.
- 앞으로의 목표는
이제 한 번 우승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우승을 목표로 달려나가겠다.
사진=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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