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비 조정' 나선 진짜 속내는

김지우 2024.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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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택배비 인상 검토 중
내년 주 7일 배송제 시행 예정
물량 증가했지만 단가는 하락
/그래픽=비즈워치

실적 개선에 성공한 CJ대한통운이 택배 가격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출고량이 많은 소형 택배 가격을 이르면 내년부터 100원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적이 나아진 만큼 택배 단가를 인상해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고객에게 더 받는다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기업고객의 택배 단가를 조정하기로 했다. 가격 조정 폭은 출고 물량과 부피, 무게에 따라 차이를 뒀다. 가장 작은 80㎝×2㎏ 이하인 A구간 기업택배는 90~100원 인상한다. B구간은 80~100원, C구간은 70~100원 인상하는 식이다. 반면 영세 상공인 물량과 농·특산물 등의 택배 가격은 최대 300원 인하하기로 했다. 개인택배 가격은 동결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공공요금 지속 상승에도 지난 2년간 단가를 동결해왔으나 원가부담 가중으로 단가 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다만 영세상공인과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농어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일부 구간의 기준 단가는 인하하거나 동결해 조정 폭을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배송기사가 택배를 싣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이어 "판가 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택배기사 복지 확대,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주 7일 배송제 시행을 위해 수익성 방어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주 7일 배송' 서비스 '매일 오네(O-NE)'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배송을 하되, 택배기사는 수입 감소 없이 주 5일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쿠팡과도 겹친다.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도 내년부터 자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전문 배송업체 소속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주 5일 근무제와 의무휴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늘어난 물동량에도 단가 떨어졌다

CJ대한통운 택배 사업의 올 3분기 매출은 8982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 감소한 540억원을 나타냈다. 내수 둔화, 풀필먼트 프로모션 확대 등의 영향이다.

특히 택배 물량이 늘었음에도 단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택배 물량은 3억9400만개로 전년보다 3% 늘었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물량은 2750만개로, 전년보다 36% 늘었다. 하지만 ASP(평균판매단가)는 작년보다 1.8% 줄었다.

이커머스 배송사업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이커머스 배송 매출은 7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41% 감소했다. 패션·뷰티 버티컬 커머스의 물량이 증가하면서 풀필먼트 물량이 1518만개로 전년보다 7% 늘었지만, 되려 수익성은 악화했다는 의미다.

CJ대한통운 연도별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 물량이 늘어난 여파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CJ대한통운 측에 따르면 해외직구 택배는 극소형 물량이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해외직구 물량이 증가할 경우 ASP가 떨어지게 된다. 직구 택배와 국내 택배의 수수료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배송의 경우 배송기사들이 집화(택배를 거래처에서 수거하는 것)와 물류센터에서 배송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이 과정에서 택배사는 집화와 수수료를 이중으로 제공한다. 반면 해외직구 물량은 집화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올 3분기의 경우 더운 날씨 영향으로 저온 냉장·냉동 상품 유통이 줄었고, 휴가 수요가 예년보다 늘면서 택배 단가를 낮추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라며 "중국 등에서 오는 직구 물량은 집화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물량이 늘면 ASP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손익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혁신 통할까

CJ대한통운의 전체 매출에서 택배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31.6%였다. 글로벌 사업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하지만 택배 사업의 올해(1~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1%로 CJ대한통운의 4개 사업부문 중 가장 낮다. 부문별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글로벌 사업이 21%, CL(계약물류)은 17%, 건설은 81%이다.

CJ대한통운 1~3분기 실적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택배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주 7일 배송이다. 이를 통해 택배·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풀필먼트를 연계한 고품질 서비스를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착보장 서비스도 확대한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통해 패션·뷰티, 건강기능식품, 전기전자 분야의 도착보장 서비스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하고, GMV(총 상품판매량) 성장을 이끌어 신규 수주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CJ대한통운 내부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창립 94주년 행사에서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속에서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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