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싹쓸이하겠지" 예상 틀렸다…화장품주 '광군제' 허탈

박수현 기자 2024.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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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대규모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가 열렸지만 화장품주의 반등은 없었다.

국내 화장품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쇼핑 행사는 통상 주가에 호재지만, 이날은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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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모레퍼시픽 주가 추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중국에서 대규모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가 열렸지만 화장품주의 반등은 없었다. 국내 화장품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쇼핑 행사는 통상 주가에 호재지만, 이날은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전 거래일보다 6500원(5.28%) 내린 11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기관 매도세에 장중 11만4600원까지 내렸다. 함께 화장품 대표주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 종가와 같은 34만700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중국의 연례 최대 쇼핑 행사 날인 광군제다. 광군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2009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쇼핑 행사다. 처음에는 알리바바만의 행사였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중국 전역의 기업이 참여하는 초대형 행사가 됐다. 이 기간 중국에서 중국에서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면서 중국향 수출 기업에는 실적 개선의 기회로도 여겨진다.

그러나 화장품주에 기대했던 반등은 없었다. 증시에 광군제에 대한 기대감보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게 작용해서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내놓은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을 소화하며 나란히 하락했다. 중국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화장품주도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가 만든 그림.

중국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과 주가도 악영향을 받았다. 올해 3분기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외 국가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의 효과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주가 랠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내놨다.

두 종목의 주가가 연초 대비 낮아지며 대다수 투자자는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 통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손실 투자자 비율은 88.06%,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8.73%다. LG생활건강은 손실 투자자가 96.36%에 달했다.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반토막 수준인 -47.24%에 이르렀다.

증권가도 여전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14곳 중 2곳은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 한달간 LG생활건강에 대해 분석 보고서를 낸 다수 증권사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가를 내렸다.

중국 경기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눈에 띄는 긍정적인 모멘텀이 없다는 평이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며 "올해 3분기 중국 적자로 화장품 부문 전체 수익성이 훼손됐다"라며 "중국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마진 가시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마케팅비 확대와 오프라인 채널 약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가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으려면 중국 사업의 안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내년 1분기 국내 수익성과 중국 손익이 모두 유의미한 개선을 보인다면 중장기 수익성 안정화에 대한 신뢰도 향상,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메리트가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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