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트럼프 2기 행정부, 한국 배터리의 득실은

박한나 2024. 11. 1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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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선거 캠페인 수석 고문인 수지 와일즈를 칭찬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한국 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요? 트럼프 당선인이 가져올 정책 변화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예상하나요?"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른바 '7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했습니다. 이미 승전보를 울린 백악관과 연방 상원뿐만 아니라 하원까지 장악하면 공화당은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 전체를 장악하게 됩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시대' 2기에 긴장과 기대가 섞인 혼재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까지 과반을 차지하는 '레드 웨이브'는 원치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정 가능성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IRA의 폐지를 위해선 상원과 하원 각각의 과반수 통과가 필요한데 레드 웨이브로 법안 폐기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환경 자체는 조성된 상황입니다.

IRA 폐기는 트럼프 당선인의 첫 번째 공약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의 출마를 선언하면서 "백악관 탈환에 성공하면 취임 첫날 IRA에 명시된 에너지 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세 과정에서도 IRA를 '녹색사기'로 비난하며 폐기를 공언해 왔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IRA의 폐기보다는 행정명령을 통한 IRA 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축소를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 현지에 조단위 투자를 결정한 이유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제45대 대통령 취임 때도 전임 대통령의 공적인 '오바마 케어(기초 건강보험)' 폐지 행정명령을 1호로 발동했습니다. 오바마 케어 자체를 입법으로 폐지까지는 못했지만 행정명령으로 홍보 예산을 90%나 삭감하고 가입기간을 축소하며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은 것입니다.

AMPC 조항이 축소될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현금수령이 가능한 AMPC를 영업이익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AMPC를 포함하지 않았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177억원과 368억원의 적자였습니다. 삼성SDI는 영업이익 폭이 103억원 감소됩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가 어떤 형태로든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어서 이를 통해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수령 조건을 까다롭게 바꿔 사실상 폐지와 비슷한 정책 효과를 내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오바마 케어와 달리 IRA는 기업과 산업, 외교와 연결된 법안"이라며 "올해18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IRA 폐기 반대 서한을 보낸 예처럼 정치적 이해관계나 미국 내 일자리와 직결돼 있어 폐지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강조해 온 고관세 정책은 이미 북미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우세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약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북미 거점이 사실상 없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 침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기준 중국산이 국내보다 약 20~30% 저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중국은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입니다. CATL은 7.4%의 성장률로 시장 점유율 26.3%를 낸 데다 BYD와 CALB 등이 세 자릿수 성장세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IRA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AMPC 축소는 전기차 캐즘에서 수익성에 직격탄 줄 것"이라며 "이미 북미 시장에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했으니 이제는 에너지저장장치나 전기이륜차 등으로 동남아와 유럽 지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터리협회 역시 "트럼프의 고관세 도입 공약은 현지에 선점투자한 우리기업의 경쟁력에 유리하다"며 "법인세를 21%에서 15%로 인하하거나 전력요금 인하 등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투자법인의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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