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이사 때 놓칠 수도?…장기수선충당금 돌려받는 법

관리비 속 100만원…집주인 대신 낸 돈
관리실서 납부내역 확인…K-apt 사이트도 가능
이삿날 놓쳤다면 10년 내 청구해야

아파트 전월세 살다가 이사 갈 때 전세보증금을 잘 돌려받으셨나요? 그런데, 장기수선충당금은요?

이 충당금은 그동안 관리비에 숨어있어 정체도 알 수 없던 돈이죠. 임차인이 집주인 대신 낸 돈이니 이사 갈 때 반환을 요구해야 하는 돈입니다. '국평' 전용 84㎡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4년을 살았다면 100만원 넘게 쌓였을 겁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이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을 교체 및 보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주택 소유자로부터 징수해 적립하죠. 보통 300가구 이상이거나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걷어요.

소유자가 전세나 월세를 놓은 경우엔 실거주자인 임차인이 관리비와 함께 장기수선충당금을 내곤 합니다. 관리비 납입 영수증을 자세히 보면 장기수선충당금 항목이 포함돼 있어요. 그런데 임차인은 납부 의무자가 아니죠. 그러니 집주인 대신 납부한 이 돈은 계약이 끝난 뒤 정산받는 게 맞아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명시된 법적 권리예요.

임차인이 매달 내는 장기수선충당금은 얼마나 될까요?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의 평균 관리비는 전용 84㎡ 기준 27만1068원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2만2008원으로 관리비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어요. 2년이면 52만8192원, 4년이면 105만6384원이나 쌓이죠.

일반적으로는 이사 나갈 때 관리사무소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모두 정산해 줍니다. K-apt 사이트에서 직접 검색해 봐도 되고요. 저는 2년여 거주한 아파트에서 최근 이사할 때 부동산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납부확인서 발급증을 받았어요. 일시적으로 인상됐던 관리비 출연금까지 더해 총 33만8960원을 반환받게 된다더라고요. 집주인에게 이 내역을 보여주고 전세보증금과 함께 모두 돌려받았답니다.

이사 당일 부동산에서 정산받은 장기수선충당금 내역 /사진=김진수 기자

하지만 장기수선충당금 내역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반환을 요청했음에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간혹 발생합니다. 경기 포천시에 거주하는 A씨는 "구축이라 매달 5만원 넘게 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전액이 아닌 몇 퍼센트만 돌려받는 거라고 설명해 줬다"고 말했어요. 충남에 사는 B씨는 "집주인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달라고 문자 보냈는데 읽고 무시하더라"라고 토로했어요.

이사 당일 돌려받지 못한 장기수선충당금은 계약 종료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어요. 계약기간 도중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는 기존 집주인에게 중간 정산을 받고 나머지 금액을 새 집주인에게 청구하면 되고요. 만약 집주인이 반환을 거부한다면 내용증명을 보내고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해요.

다만 계약을 맺을 당시 '장기수선충당금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약사항을 기재했다면 반환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엔 낙찰자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청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임차인이 대항력을 행사하지 않고 우선변제권을 행사해 임대차 관계가 종료됐다면 장기수선충당금은 돌려받지 못해요.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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