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가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이유[인터뷰]

김희원 기자 2024. 11. 12. 0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문소리.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돈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배우 문소리에게는 ‘아름다운 순간’과 ‘정’이 있었다. 가성비가 좋다고 보기 어려운 특별출연이나 연극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인생의 재미를 돈으로 따질 수 없지 않나요. 돈을 많이 받고 마음이 힘들면 더 지옥일 것 같아요. 돈을 얼마 받았는지는 생각 안 합니다. 그렇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짜 아름다운 순간이 있죠. 가성비를 생각 안 해야 더 멋진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웃음)”

문소리는 11일 스포츠경향과 만나 최근 세상에 공개된 자신의 출연작들을 되짚었다.

배우 문소리.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오랫동안 신작을 쓰지 못한 소설가이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예일대 교수 ‘벨라’(사운드 인사이드), 세상을 뒤흔든 천재 소리꾼이지만 끝내 소리를 포기해야 했던 ‘채공선’(정년이), 세상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지옥2)까지. 그가 연기한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다.

문소리는 변화무쌍한 자신의 캐릭터 연기에 대해 “변신은 아니다”라는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비슷한 시기에 오픈이 돼서 더 그렇게 느껴주시니 효과가 배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연기는) 제가 늘 20년 넘게 해왔던 일의 연속이다. 그래도 한 작품 한 작품 고민한 시간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와주니 좀 더 회자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럭키비키”라며 웃어 보였다.

배우 문소리.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문소리는 약 2년 만에 귀환한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에서 열연을 펼쳤고, 해당 무대는 지난달 27일 무사히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지난 2022년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극은 보약’이라고 밝힌 그는 여전히 연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끝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연극은 더 깊이 관계를 쌓을 수밖에 없거든요. 배우와도 작업하는 사람들과도,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게 깊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작품이 힘을 잘 갖기가 어려워요. 그 사이에서 얻어지는 따뜻함들도 있고, 우정이나 일종의 사랑, 인간의 생기가 있어요. 이런 것들이 좋은 과정인 것 같고, 굉장히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문소리.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연극을 성료한 그는 앞서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특별출연이었지만 작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그는 캐릭터와 대사를 연구했던 에피소드를 서슴없이 풀었다.

“아무리 또박또박 말해도 사람 말이 그렇게 들리지 않지 않나요.(웃음) 90% 이상이 비언어적 요소더라고요. ‘지옥2’에서는 시청자들이 이 씬을 재밌게 볼 수 있을지를 생각했어요. 빨리감기 하는 것 말고, 관객을 잡고 놓치지 않는 장면이어야 대사가 들릴 것 같았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재밌는 공간을 선택해주셨고, 공간에 가면 움직임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누고 강약조절을 어떻게 해봐야 겠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문소리는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질문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이수경이 고지(정해진 날, 시간에 죽는다는 예고를 받는 것)를 받는 장면은 상황을 가정하고 촬영했어요. 그때까지 아리까리한 부분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고지를 받는 리액션은 3안을 두고 감독님과 고민했어요. ‘발광한다’도 있었고, ‘웃는다’도 있었죠. 결국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다 찍어보자’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 못 찍었습니다. 하나로만 가자고 해 감독님이 선택한 장면이에요.”

배우 문소리.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가장 최근에는 문소리가 ‘정년이’에서 연기한 김태리 엄마 역이 큰 관심을 받았다. 극 중 문소리는 정년이(김태리)에게 탁하고 텁텁한 음색으로도 노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며 ‘추월만정’을 열창했다. 이 장면은 분량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장면이 아닌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박히는 인상적인 대목으로 남았다.

“태리와 개인적으로 친해요. 제가 제주도에 있을 때 태리가 놀러온 적이 있는데 그때 태리가 ‘언니 나 판소리 레슨 받는데 구경 와’라고 했어요. 태리가 노린 거죠.(웃음) 나중에 엄마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앞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부터 모녀 관계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태리의 ‘조름’ 끝에 성사된 특별출연이다. 흔히 아는 ‘우정출연’에 그칠 법 했으나, 여기에서도 그의 연기 열정은 빛났다.

“(추월만정) 연습을 거의 1년 했어요. 마지막 녹음까지 1년 걸렸죠. 레슨받고 연습하고. 추월만정은 소리하는 사람한테도 굉장히 어려운 대목이에요. 진양조 장단인데 판소리 장단 중에서 가장 느린 장단이거든요. 이렇게 느린 장단은 자기의 소리 능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끌고 나가는 호흡과, 저음의 떨림 이런 것들이 웬만한 공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부르기 어려워요. 사실 1년도 저한테는 부족합니다.”

하나의 장면을 위해 1년을 연습한 그는 “특별출연이네 마네 하지만, 참여 자체가 좋았어요. 더 하고 싶을 만큼요. 소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며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다.

배우 문소리.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지난 세월 문소리의 필모그래피는 사랑과 정, 인생의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지내온 연기 세월이 벌써 25년이다. 문소리가 내다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떨까.

“구체적인 건 없어요. 의외로 한가하네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생기면 언제 바빠질지 모르니 ‘이때다’ 싶은 게 있어요. 밀렸던 공부도 하고 딸한테 집중하면 좋은 작품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내년에 ‘폭싹 속았수다’도 나올 거고, 무대든 스크린이든 채널이든 (여러분들을) 뵙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khilon@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