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전 '구단 최전성기' 누린 인천, 찬란했던 호시절은 '생존본능'도 잊게 했나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잔류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냈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K리그2로 강등되는 날이 오고 말았다.
불과 2년 전, 아시아 무대 티켓을 처음으로 따내며 구단 최고의 황금기를 누렸던 인천. 그 시절이 오히려 독이 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존왕'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던 올 시즌의 인천이었다.
인천은 10일 오후 4시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1-2로 패했다.
같은 시각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함께 주목받았다. 대전은 승점 42점으로 9위, 대구는 승점 40점으로 10위, 전북은 승점 38점으로 11위, 인천은 승점 36점으로 12위였기 때문. 12위는 자동강등, 11위는 K리그2 2위가 된 충남아산과 승강 플레이오프, 10위는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갖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열린 전북-대구전은 후반 24분 전북 미드필더 김진규의 슈팅이 수비맞고 굴절되는 행운의 득점이 됐고 후반 40분에는 권창훈, 후반 44분에는 이승우가 연속골을 넣어 3-1로 승리했다.
이로 인해 11위였던 전북이 승점 41점으로 10위가 되고 11위는 대구가 승점 40점으로 한 칸 내려앉게 됐다. 인천은 이날 패배로 승점 36점에 머물며 남은 1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2위 최하위로 자동강등을 확정했다. 창단 21년 만의 2부리그 강등이다.
2003년 12월 창단해 2004시즌부터 K리그에서 활동해온 인천은 K리그가 승강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인천은 7-10-8-10-9-9-10위에 머물렀다. 2013년은 14팀, 나머지는 12팀 중 기록한 순위였으며, 당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순위인 10위만 3번을 기록했다. 매번 부진한 시즌을 보내다 강등만 겨우 면하니 '생존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붙었다.
그래도 생존왕 시절의 인천은 '이번엔 강등되나' 하는 위기의 시즌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으며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2020시즌 개막 14경기 동안 1승도 없던 상황에서 조성환 감독이 부임해 남은 13경기 동안 7승을 안기며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강등 탈출을 해냈다.
조 감독과 함께 안정적으로 팀을 만들어나간 인천의 상황은 점차 좋아졌다. 2021시즌에는 조기에 잔류를 확정하는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냈고, 파이널 B에 머무르긴 했지만 5년 만에 최고 순위인 8위로 마쳤다. 그리고 2022시즌에는 9년 만에 파이널A(1~6위)에 오른 것은 물론, 승강제 도입 후 구단 최고 성적인 4위로 시즌을 마치며 인천의 창단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해냈다.
2023시즌의 인천은 K리그1 개막 12경기에서 승점 12점(3승3무6패)에 그쳐 강등권인 10위에 머물렀다. 당시 일부 팬들은 걸개를 통해 조 감독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더 단단해진 인천은 결국 반등에 성공하고 2년 연속 파이널A에 진출하며 초반의 우려를 씻었다.
하지만 생존왕이라고 언제까지 생존을 할 수 없었다. 결국 2024시즌 중 조성환 감독이 4승9무8패, 승점 21점으로 K리그1 12팀 중 9위를 기록한 뒤 구단과 상호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로 나갔다. 수석코치를 했던 최영근 감독이 소방수로 부임했지만, 인천은 결국 최하위 자동강등을 확정하며 2025시즌부터는 K리그2에서 뛰게 됐다.
인천의 최근 10여 년간 행보를 보자면, 오랜 기간 겨우 잔류하며 버티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반짝 맛본 후 빠르게 쇠퇴해 강등까지 당한 모양새다. 그래도 살아남기는 했던 '생존왕' 시절에는 존재했던 '생존 DNA'가 화려한 시절을 맛보면서 사라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지 않아도 잔류는 했던 인천이 승강 플레이오프 티켓도 잡지 못하고 강등된 것도 상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감독에게 사임 요구 걸개를 내걸었던 팬들이 불과 1년 만에 강등 확정된 대전전에서 원정팀의 강등 관련 걸개를 마주한 것은 인천의 달라진 눈높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잘 나가던 팀이 강등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닐 것이다. 다만 인천의 올 시즌은 배고픈 과거를 잊고 순간 잘 나가며 성공에 젖었던 인물이 갑작스레 다시 배고픔을 마주하자, 이전과 달리 어쩌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슬픈 내용의 소설을 보는 듯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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