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표 보고서 23건, 누굴 위한 여론조사였나 [명태균이라는 스모킹건 ③]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문상현·주하은 기자 2024. 11. 1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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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운영했다고 의심받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는 대선 기간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명씨는 부인하지만 의문점이 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5월13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작성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시사IN 이명익

명태균씨의 말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윤석열 정부 의혹의 스모킹건’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간접 정황들을 못 박아 확인시켜주는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가 10월31일 공개되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의 수많은 ‘공적’ 대화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다고, 명씨는 호언한다. ‘명태균 게이트’의 본론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시사IN〉은 명태균씨의 주장 중 핵심이 되는 말을 추렸다. 9월29일 명씨와 최초로 인터뷰하고 이후에도 25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과 협업 특별취재팀을 꾸렸다. 그 첫걸음으로, 명씨로부터 시작된 의혹의 핵심 두 갈래에 집중했다. ‘공천 개입 의혹’ 그리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 명씨의 말을 최대한 날 것 그대로 살렸다. 앞뒤 상황과 그의 주장과 배치되는 맥락을 해석으로 붙였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명태균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의 한 축이다.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의심받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는 지난 대선 기간 주요 고개마다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과거 명씨의 최측근이자 여론조사 실무 등을 담당했던 강혜경씨는 그 조사에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강씨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보고해야 한다”라며 여론조사를 윤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손보라고 지시했다고 했고, 조사 비용을 받는 대신 2022년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재보궐 선거에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고도 했다. 명씨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 “강혜경씨는 가중치 줄 줄을 잘 모른다”

〈시사IN〉 주진우 편집위원은 명태균씨와 9월29일부터 현재까지 대면 만남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25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장시간 대화 속에서 명씨는 여론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명씨는 “여론조사를 조작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 아래는 주진우 편집위원과 명태균씨가 10월29일,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에 이뤄진 통화 내용이다.

명태균: 내가 강혜경이는 그래도 데리고 있던 직원이라서.

주진우: 네, 강혜경씨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안 했죠? 지금껏은.

명태균: 근데 내가 설명해줄게요.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이해가. 사람들이 그냥 이거는 원래 여론조사 자체 조사는 선거법에 걸리지가 않아요. 중앙선관위에서 자체 보는 거기 때문에 그렇게 수없이 얘기하고 말았는데. 근데 자꾸 그걸 갖고 무슨 뭐가 바뀌니, 2배로 했니 올렸니 하는데. 그 보정값이라고 내가 얘기했는데. 강혜경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요. 기본적인 게 뭐냐 하면 여론조사는 가중치를 줄 줄 알아야 되거든요. 근데 걔(강혜경씨)는 가중치를 줄 줄 몰라요.

-10월29일 전화 통화

여론조사는 목표한 응답자 수와 실제 조사한 숫자 간에 차이가 클수록 표본의 대표성이 약해진다. 그대로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왜곡이 일어난다. 이때 여론조사 업체들이 활용하는 게 가중값 적용을 통한 통계 보정이다. 명씨는 여론조사를 조작한 게 아니라 가중값을 적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9월3일 작성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중 한 도표. 조사 원본 데이터에서는 홍준표 당시 후보가 1위였으나, 실제 조사되지 않은 응답자 365명이 추가되면서 윤석열 당시 후보가 1위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명태균: 걔는(강혜경씨는) 가중치가 림 가중(성별·지역별·연령별 3가지 분류에 대해 가중계수를 주면서 전체적으로 비율을 맞추는 방법)과 셀 가중(분류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처음에 할당한 인원 수와 비슷한 숫자를 조사한 것처럼 보정하는 방법)으로 나눠지는 것도 몰라요. 어떤 상황에서 셀 가중을 줘야 되는지, 림 가중을 주는지도 몰라요. SPSS 프로그램(통계분석 프로그램)도 사용할 줄 몰라요. (응답자) 할당 값이 다 차면 그건 할당 가중치 줄 필요가 없으니 그런 것만 만들어요. 20대 여성·남성, 30대 여성이 응답 할당량을 채우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1000명에게 물었는데, 20~30대가 응답률이 적을 경우 2배로 올리면 전체적인 비율이 나오는데. 하여튼 그 가중치 한번 물어봐요. 걔(강혜경씨) 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못해. 림 가중, 셀 가중이 뭔지도 모르고 나는 그거 해갖고 보정값을 줘라 이렇게 말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나와서 뭐 쓸데없는 소리 해서 하길래. 내 것만 그렇게 나와요. 다른 사람 거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거기 자체 조사 로우 데이터 다운받아서 다 확인해보면 알아요. 아시겠어요?

명태균: 그래서 조작이다, 그러면 그게 내가 조작하려는 녹음이 나와야 될 거 아니에요. 근데 강혜경이는 왜 녹음이 없지?

주진우: 다 녹음했는데?

명태균: 그 녹음이 없죠, 조작하는. 왜냐? 걔가 그냥 돌린 거고 내가 걔가 이거 잘못했어. 이거 뭐 이렇게 했어. 그러면 그때만 얘기했을 거고, 나머지는 매일 조사했다며. 매일 조사할 때마다 어떻게 조작하라고 말을 했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럼 왜 녹음이 없을까? 그러면 그 걔가 가중치를 못 주니까 그냥 해서 내려받아서 내가 보정값 주고 한 거예요. 그냥.

-10월29일 전화 통화

〈시사IN〉이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종합하면, 이 연구소는 2021년 5월13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총 23회에 걸쳐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비(非)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참여 선언(2021년 6월29일)을 하기 전부터 제20대 대선 투표일(2022년 3월9일) 전날까지 이뤄진 조사들이다. 언론을 통해 공표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는 58건이었다. 공표 여론조사는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4월18일부터 2022년 3월2일까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해 진행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건 비공표 여론조사다. 실제보다 더 많은 응답자가 있는 것처럼 부풀려 조작했다고 의심받는다. 2021년 9월3일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전국 정치 사회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의 응답자는 1403명이었다. 그러나 이 조사의 원본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모든 문항에 답변한 응답자는 1038명이다. 응답자 365명이 임의로 추가됐다.

다른 조사에서도 같은 패턴이 확인된다.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9월29일 실시한 조사의 원본 데이터에서 확인되는 응답 완료 건수는 516건. 그러나 조사 보고서에 기록된 응답 완료 사례는 2038건이었다. 2021년 9월17일 조사에서는 1069건(원본 데이터)이 2048건(보고서)으로, 2021년 9월30일 조사는 1015건(원본 데이터)이 2008건(보고서)으로 표기되는 등 응답자가 늘어났다.

2021년 9월은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후보를 정하기 위해 당내 경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이다. 윤석열, 홍준표 당시 후보가 두 축으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의 핵심 질문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냐’는 질문이었다.

문제는 부풀려진 응답자가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는 점이다. 2021년 9월3일 실제 응답자 수로 조사한 결과(원본 데이터)에서는 홍준표 후보가 30.1%로 1위, 윤석열 후보는 29.8%로 2위였다. 그러나 응답자 365명이 추가된 보고서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1위(30.1%), 홍준표 후보는 2위(27.3%)로 순위가 달라졌다. 명씨가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하기 위해, 윤 후보가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사IN〉이 입수한 명태균씨와 강혜경씨의 전화 통화 녹취를 종합하면,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보고서를 작성하던 시기 실무를 맡은 강씨에게 수시로 연락해 조사 방향에 대해 지시했다. 명태균씨는 미래한국연구소나 PNR의 대표도 아니고 별도의 직책도 맡고 있지 않았지만 조사와 관련해 다양한 지시를 했다. 2021년 9월29일 명씨는 강씨에게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추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 해가지고 한 (응답 샘플을) 2000개 만드세요”라고 말했다. 강씨는 10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500~600개의 샘플이 추출됐을 때 2000개 표본으로 쓰라는 건 곱하기(부풀리라는 것)”라고 설명했다.

2021년 10월11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광주 KBS에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공동취재

그 밖에 명씨는 2021년 9월29일 강씨와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지시하기도 하고, “TV 토론(문항)은 홍(준표)을 한 4% 빼”라고 특정 문항의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명태균씨는 강혜경씨에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라는 것 외에 다른 형태의 지시도 했다. “국민의힘 당대당(문항) 있죠? 윤(석열)하고 홍(준표)하고 똑같이”라며 응답자 비율을 동일하게 맞추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2021년 9월17일 명태균-강혜경 전화 통화).

현재 원본 데이터가 확인되는 조사는 9건이다. 8건이 조작을 의심받는다. 다만 이 가운데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된 여론조사는 4건이고, 홍준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된 여론조사도 4건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후보뿐만 아니라 홍준표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도 파악된 만큼, 명씨가 정확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강혜경씨에게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했는지 추가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내가 보려고 만든 조사다”

명태균씨는 10월29일 주진우 편집위원과의 대화에서 비공표 여론조사는 자신이 보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명태균: 그러니까 걔(강혜경씨)가 어떡하냐, PNR에다가 처음에는 한 50만원 그다음에 한 30만원씩 주고 보고서를 따로 만들었어요. 근데 보고서 작성할 줄은 몰라요. 내 말 이해하겠어요? 그게 무슨 얘기냐면 아니 보고서가 30만원, 50만원이면 자기가 앉아서 그것만 해도 돈을, 봉급 다 뽑는 거 아니에요. 근데 걔는 그런 보고서 SPSS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모르고 그냥 할당 값이 다 차면 그거는 할당 가중치 줄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 거는 만들어요. 그러니까 보고서를 왜 PNR에다가 주고 만들까요? 일반적으로 들어온 것 중에서 공표 조사는 PNR에서 어차피 보고서하고 다 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거고, 여기(미래한국연구소) 자체적으로 여기 들어오는 것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거는 여기서 돌려서 PNR에다 주는데 택도 아닌 거는 PNR에서 안 받아요. 어느 정도, 뭐야 PNR의 우리 가중치 할당량 그 비율에 맞아야 그거 해주거든요.

주진우: 네.

명태균: 그러면 내가 자체적으로 내가 보는 건데 30만원, 50만원 PNR 주면서 보고서 만들 이유 있어요, 없어요? 내가 그냥 내가 추세랑 여러 가지 보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어디 통계로 이렇게 해서 발표하거나 알리는 게 아니고. 강혜경이한테 물어보세요. 쟤가 사회조사 분석사 자격증도 없어요. 아시겠어요?

주진우: 박사님은 (사회조사 분석사 자격증) 있으세요?

명태균: 나는 여론조사 자체를 안 한다니까, 참. 기계 옆에도 안 가고. 관여를 안 한 게 그전부터 여론조사는 내가 손을 안 대요. 왜냐하면 여론조사는 사람들이 지가 적게 나오면 다 조작이라고 그래요. 많게 나온 놈은 다 그게 맞다 그래요. 그런 거 그거 내가 뭐하려고 옆에 가요. 그게 양과 음이 명확한데.

주진우: 양과 음이 명확한데 근데 이걸 보정하라 뭐 해라 그걸 했다는 거야, 지금.

명태균: 그거는 참 바보 같은 또 얘기한다. 아니 나는 그걸 갖고 어디 제출해? 내가 보려고 하는 거예요. 내가 보려는 거를 30만원, 50만원씩 주고 그 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해요? 그걸 내가 그걸 두고 어디 가서 팔아먹었어요?

-10월29일 전화 통화

그러나 〈시사IN〉이 입수한 명태균씨와 강혜경씨의 2021년과 2022년 사이 전화 통화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강씨에게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하면서 “윤석열 후보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가 궁금해한다” 등의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명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주진우: 근데 그걸 저기, 윤 대통령이 궁금해하고 이걸 빨리 보고 싶어 해(라고 명씨가 말하는 녹취가 공개됐는데).

명태균: 윤 대통령은 그런 거 궁금해 하나도 안 해요. 전국으로 다 유세하기 바쁜데 무슨 그걸 궁금하게 생각해? 들어봐요. 공표 조사가 계속 나오는데 무슨 소리야? 내가 다 깔아놓고 그냥 ‘강혜경이가 이렇게 했어요. 얘 나쁜 애예요. 이렇게 했어요. 저렇게 했어요’ 내가 걔보다 나이도 많고 내 옛날 직원인데 그렇게 할까?

주진우: 박사님, 그런데 근데 저기 여사님 선물(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그런 녹취가 나오니까 지금 계속 사람들이.

명태균: 창원에 5개 구가 있어요. 근데 그때(2021~2022년) 마산고등학교가 창원시장을 앉히려고 난리가 났거든요. 그래서 윤한홍(국민의힘 의원)이가 밀어서 홍남표(현 창원시장)가 됐다고 소문이 다 자자했어요. 같은 다 마산고등학교거든요. 창원시장 경선이 끝나서 후보가 됐어요. 홍남표씨가. 그러면 그때 어떻게 됐냐면은 5개 구에서 홍남표 시장을 위해서 뛰었던 각 지역 사무실이 있을 거 아니에요? 여기 창원이 서울특별시보다 더 커요. 면적이. 그러면 그 조직들이 다 어디로 갔겠어요? 마산고등학교 30회, 저기 39회인가 그럴 건데 김종양(당시 국민의힘 소속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재보궐 선거 출마 준비) 거기(캠프)로 싹 쏟아져 들어온 거예요. 5개 구에서 싹 다 의창으로. 그러면 김영선이는 상태가 어떻겠어요? 지금.

주진우: 안 좋죠.

명태균: 거기 학교도 안 나오고 친인척도 없고 김종양은 북면이 자기 고향이에요. 그러면 그(김영선) 밑에 있는 애(강혜경씨) 다독거리면서 ‘저 산을 넘으면 살구나무가 있다’라고 구라를 쳐서 그 산을 넘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입에 침이 돋게 해서? 기본적인 병법을 알아요? 그래서 얘기한 거 갖고 뭘 그래요? 아니 그러면 내가 그렇게 구라 친, 이렇게 좀 허풍을 좀 떨고 한 애가 강혜경 말고 다른 사람 있어요? 걔가 너무 그때는 고생을 많이 했거든. 내 직원일 때 사고 친 적이 없어.

-10월29일 전화 통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이 2021년 1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명태균씨가 대선 당시 ‘혼자 보기 위해’ 만든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현재 공개된 녹취와 증언, 전화 통화 내용으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주진우 편집위원과 명씨의 25시간 대화에는 명씨의 여론조사 결과 활용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명씨는 여론조사를 선거 전략 수립에 활용해왔다고 주장했다. 각 후보자들에게 유리한 방향 등 여러 방식으로 조사를 돌려 당시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명씨는 2021년 4월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예로 들었다. 이 선거는 지역에서 활동하던 명씨가 중앙 정치에 개입한 첫 무대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명씨는 여론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이 판을 설계하고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여론조사를 돌렸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앞서와 같은 방식의 비공표 여론조사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태균: 김종인 위원장에게 오세훈 후보가 이기게 해달라는 미션(임무)을 받았어요. 여론조사를 통해 오세훈 당시 후보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적합하다는 결과를 확인해 전달했고, 캠프가 자신감을 얻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거지.

-10월5일 대화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경쟁에 대해서도 같은 날 이렇게 말했다.

명태균: 근데 딱 보니까 내가 오세훈이가 이겼네. 답이 딱 나오는데 뭐. 아니 이거 거북이랑 토끼랑 근데 오늘 어디서 경기하지? 어우 바다에서 하네. 그럼 거북이지. 뭐 간단하잖아.

당시 오세훈 후보는 각종 선거에서 떨어져 10년 동안 야인으로 잊혀져가는 인물이었어요. 안철수 후보는 유력 대선주자였고. 인물 경쟁력에서 밀린 거지. 시간을 끌자고 했어요. (···) 선거관리위원회에 각 당의 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인물이 아니라 103석 국민의힘과 3석의 국민의당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단 말이에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후보 중 누굴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오세훈 후보가 유리해져요. 나중에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고, 오 후보가 당선됐어요.

-10월5일 대화

명태균씨는 올해 9월29일, 10월5일 두 차례에 걸쳐 주진우 편집위원에게 이같이 주장했다. 이후 명씨는 관련 내용을 글로 정리해 10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기도 했다.

▉ 혼자 보겠다는데 ‘외부 유출?’

명씨의 설명에도 의문은 남는다. 명태균씨는 강혜경씨에게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하면서 ‘외부 유출’을 언급하기도 했다. 혼자 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보정했다는 주장과 정반대다. 명씨는 2021년 9월29일 강혜경씨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그 다른 쪽에 하태경이가 나가는 거니까. 외부 유출해야 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하태경 전 의원에게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를 보여준다는 취지다. 9월29일 당시 하 전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 가능성이 높았는데,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게 만들기 위해 윤 후보가 유리한 방향의 조사 결과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2021년 3월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시장을 방문한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연합뉴스

〈시사IN〉이 만난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중값 적용은 특정 집단의 응답 수가 적을 때 통계적 기법을 통해 조사 결과를 조정하는 작업이다. 보정을 많이 할수록, 규모가 커질수록 오차범위는 커진다. 명태균씨가 강혜경씨에게 지시한 방식대로 조사할 경우 여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명씨의 주장대로라면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는 조사 결과로 추세를 확인하고, 선거 전략에 활용했다는 뜻이 된다. 실제 개인이 보기 위한 자체 조사였다면, 굳이 응답자 수를 부풀리지 않아도 추세 정도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는 PNR로부터 회선을 임대해 진행했다. 선불카드를 충전해 공표·비공표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PNR 회선으로 조사했다. 선불카드 충전 비용 출처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였던 A·B·C씨로 지목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명씨가 공천을 받아주는 대가로 이들이 비용을 지불했다는 의혹이다.

대통령실은 명태균씨 주장에 대한 답이 없다. 명태균씨 주장 속에 언급된 다른 관계자들은 그의 주장을 부인한다. 2021년 4월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명태균씨에 대해 “거짓말로 하는 소리다. 내가 3자 대결을 해도 국민의힘(오세훈 시장)이 이긴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그런 얘기를 하느냐”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명씨가 서울시장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주장에 관해 “사실무근”이라며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강혜경씨를 법률 대리하고 있는 노영희 변호사는 10월30일 〈시사IN〉과 통화에서 강씨에 대한 명씨의 주장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명태균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그런 식(가중치를 주고 보정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했던 모든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부인을 팔아 일을 시켰어야 했다는 말도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문상현·주하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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