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꼼수 안돼" 언쟁 벌이더니 검사들 '집단 퇴정'…성남지원 무슨 일?
검사들 반발…집단 퇴정으로 재판 시작 1시간 만에 파행
(성남=뉴스1) 배수아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판부가 재판에 출석한 검사를 향해 '퇴정'을 명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전날(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허용구)는 뇌물공여·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직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 성남FC 의혹 관련 피고인 7명의 속행 재판을 열었다.
이날 허 부장판사는 'A 검사'를 지목하면서 "성남지원이 아닌 타청 소속 검사가 '성남FC' 재판이 있을 때마다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해당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검찰청법 제5조 위반'"이라며 퇴청할 것을 명령했다.
A 검사는 지난 2022년 9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 검사다. 현재는 부산지검 소속으로,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남FC' 재판이 있을 때는 다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 중이다.
보통 수사는 수사검사가, 공소 유지나 공판 진행은 공판검사가 맡지만 사건 내용이 복잡하거나 국민적 관심이 높을 경우 검찰은 수사검사가 공판에 출석하는 이른바 '직관' 제도를 관행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날 허 부장판사는 검찰청법 34조 1항을 근거로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A 검사에 대해 직무대리를 발령한 검찰총장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 후에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5개 사건 공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는 검찰근무규칙 제4조(직무대리)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이 A 검사를 향해 "따라서 이 사건 소송 행위는 무효"라며 퇴정을 명령하자, A 검사는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A 검사는 "사법부가 행정부 내부의 본질적인 사항을 검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한다"면서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라며 재판부에 휴정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A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재판에 출석한 나머지 검사들도 즉각 반발했다. 검찰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 입증을 포기하라는 것이냐"며 "'이의 신청'과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겠다"고 말한 뒤 법정을 집단 퇴정했다.
이로 인해 이날 재판은 재판 시작 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파행됐다.
앞서 해당 재판부는 검찰의 '직무대리 발령'을 두고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헀고, 검찰 측은 "공소 유지와 재판 수행 등은 검찰청법 제5조와 검찰근무규칙 제4조에 규정돼 있어 적법하다"고 맞섰다.
검사 집단 퇴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후 성남지청은 언론에 "수사검사의 직무대리 발령을 통한 공판업무 수행은 소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복잡해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해야 할 중요 사건에서 수십 년 동안 정착돼 온 제도"라며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사건 수사를 통해 실체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수사검사가 공판에 참여하는 게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례·대장동·성남FC 재판과,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수원고법 항소심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들도 '직무대리 발령'을 두고 성남FC 재판부와 같은 주장을 했지만 해당 재판부들은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후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성남FC' 재판에서 재판부와 검찰의 충돌은 이날만이 아니다.
지난 7월22일 재판에서 허 부장판사는 검찰을 향해 "검사는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 검사는 야비하게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해 검찰 측의 반발을 불렀다. 당시에도 A 검사가 "꼼수라는 건 검찰에 모욕적인 발언"이라면서 "납득할 수 없고 수긍할 수 없다. 강력하게 이의제기 한다"고 발끈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발언은 전 기일, 검찰 측이 증인 주신문사항 자료를 변호인 측에 제공했다가 재판이 끝난 뒤 회수한 것을 두고 나왔다.
당시 허 부장판사는 검찰에 "당당하게 하면 된다. 다음 기일에 신문한다고 주신문 자료를 (변호인 측에) 안 주는 게 꼼수가 아니고 뭐냐"고 날을 세웠고,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증거인멸이나 위증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서 그렇다"며 맞섰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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