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제 잘못”…본인 살해하려한 아들 ‘선처 탄원’한 부친

부친 살해 시도…가정폭력 휘둘렀던 부친의 비난에 격분해 범행
재판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처’…“우발적 범행”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픽사베이

30대 아들이 부친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법정에 섰으나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선처했다. 피해자인 부친이 선처를 호소하는데다, 아들이 어린 시절 당한 가정폭력 등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판단에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심재완 부장판사)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3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7월11일 오후 7시42분쯤 인천시 서구의 자택에서 부친 B(62)씨를 상대로 10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당일 부친 B씨는 따로 살던 아들 A씨를 찾아가 자신과 A씨의 모친인 C씨가 이혼한 이유를 A씨 탓으로 돌리며 비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B씨는 아들 A씨를 향해 "젊은 나이에 돈은 벌고 있느냐", "한푼이라도 돈을 벌어야지 남자가 뭐 그렇게 아픈거냐" 등의 말로 타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격분한 A씨는 부친 B씨의 얼굴을 수 차례 때리고, 본인을 피해 도망치는 부친을 뒤쫓아 10여 차례에 걸쳐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B씨는 머리 뒷부분과 왼쪽 손목 등에 부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반면 A씨는 범행 직후 112에 전화해 자수했다.

재판부는 선처를 택했다. A씨가 어릴 때부터 부친 B씨에 의한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실이 이번 범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B씨 본인도 재판 과정에서 "모든 잘못은 내가 했다.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인 행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중대한 범죄이기에 죄질이 나쁘다"면서 "피고인(A씨)은 아버지인 피해자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격분해 현관물을 열고 주거지 밖으로 나갈 때까지 피해자를 쫓아다니며 흉기로 공격해 죄책이 무겁다"고 지탄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으며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연락을 피하는 피고인을 찾아가 이혼의 이유를 피고인 탓으로 돌리는 등 자극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