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개발도상국, 도대체 왜 ‘기후재원’ 놓고 대립하나?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 논의의 핵심 쟁점
“선진국들은 ‘완화’와 ‘적응’을 위해 개발도상국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파리협정’ 등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기후재원’과 관련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 때문에 그간 누가 공여할 것인지, 전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조성할지 등을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당사국총회(COP29)의 핵심 의제인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는 한마디로 이를 더 구체적으로 정하자는 논의다. “연간 1천억달러” 등 기존 기후재원이 사실상 선진국들이 임의로 제시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개발도상국의 필요와 우선순위”에 따라 더 엄정한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합의가 필요한 핵심 쟁점은 △전체 목표 금액 △공여국 확대 여부 △산정 방식 등으로 압축되는데,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공공으로 제공하냐, 민간까지 동원하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서로 다른 입장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이번 총회를 앞두고 제공한, 협상을 위한 초안 문건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문건은 잠정적인 합의 목표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는데, 각각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입장을 반영한다. ‘선택안 1’은 “특정 기간 혹은 목표 연도까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 제공하고 동원하는 기후재원의 연간 목표”를 명시한다. 반면 ‘선택안 2’는 “개발도상국 및 기타 요소들에 대한 핵심적인 국제적 지원 목표를 삼아 전지구적으로 또는 개발도상국 안에서 이뤄지는 연간 투자 목표”를 명시했다. ‘선택안 3’은 앞선 두 선택안을 절충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선진국이 직접 제공하는 공공 자금만을 기후재원으로 인정할 것(‘선택안 1’)이냐, 아니면 민간에서 투자하는 자금들까지 모두 합해서 기후재원으로 인정할 것(‘선택안 2’)이냐다. 과거 ‘연간 1천억달러’ 목표를 제시해봤던 선진국들은 공공 자금만으론 기후재원 조성이 힘들고, 전체 규모를 늘리려면 민간 자금을 포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주장한다. 실제로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기준으로 선진국들이 조달한 기후재원이 1159억달러를 넘겨 과거 약속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공식·비공식, 공공·민간 자금을 모두 끌어모아서야 비로소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기후재원을 새로 조성하려면 중국 같은 신흥 경제국들을 공여국으로 새로 참여시키고, 공공 자금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투자를 ‘동원’해 전체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대출과 다름없는데 기후재원?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그렇게 공식·비공식, 공공·민간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는 방식의 기후재원은 개발도상국들의 “필요와 우선순위”를 충족하지 못하는 ‘질 낮은’ 자금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국제단체 옥스팜은 ‘2023 기후재원 실태 보고서’를 내고, 2019~2020년 선진국들이 기후재원에 기여했다고 셈하는 공공 자금 833억달러 가운데 210억~245억달러만이 “실질적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그중 4분의 3은 증여 형식이 아니라 차관, 곧 빌려준 돈이었으며, 게다 시장 금리나 다름없는 ‘비양허성’ 차관이 280억달러로 전체의 42%나 차지했다. 공공 자금이 이럴진대, 민간 자금을 포함하게 된다면 자금의 질은 더 나빠지는 반면 기후재원으로 ‘뻥튀기’하기는 더 쉬워질 수 있다. 국가·정부와 달리 은행이나 기업은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민간 자금은 기후재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가장 가난한 나라로 흘러가기 어려울 가능성도 높다.
최소 1천억달러 대 최대 2조달러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은 공공 자금을 중심으로 신규 기후재원 목표의 총량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자고 주장한다. ‘선택안 1’은 ‘제공’되고 ‘동원’되어야 할 전체 재원을 최소 1천억달러부터 최대 2조달러까지로 제시하고, 선진국들은 4410억달러를 무상원조 형태의 보조금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선택안 2’는 “공공·민간, 국내·국제 등 모든 자원”을 포괄한다고 규정했을 뿐 총량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미 합의했던 내용인 ‘최소 1천억달러’에 대해서도 “선진국과 기타 나라들”이 ‘제공’하는 게 아니라 ‘동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21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재정상임위원회(SFC)의 ‘필요성 결정 보고서’는 새로운 기후재원으로 연간 6조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으나, 이번 총회에서 이처럼 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손실과 피해’도 기후재원에 들어가나
이밖에 신규 기후재원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다. 기존 협약에서 합의된 기후재원은 배출량을 줄이는 등 기후변화를 ‘완화’와 홍수·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현재 또는 미래의 피해에 대비하는 ‘적응’ 등 두 가지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재해 등 개발도상국이 입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선진국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불거졌고, 지난해 총회에서 이를 위한 ‘손실과피해기금’이 새롭게 출범하는 데 이르렀다. 그간 ‘완화’와 ‘적응’으로 포괄할 수 없었던 제3의 영역이 생긴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손실과 피해’도 신규 기후재원 목표에 포함시키고 싶어하지만, 선진국은 이는 자발적인 것이라며 ‘논외’라 주장한다. 의무가 새롭게 추가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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