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 의대공화국 깨려면 패자부활 기회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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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을 대표하는 천재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재수생이었다.
유럽 최고의 명문 공과대학인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에 지원했으나 낙방했다.
명문대를 꿈꾼 재수생들은 전기(前期)인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에 응시했고 떨어지면 후기(後期)로 문과는 성균관대와 외국어대, 이과는 한양대 공대에 몰렸다.
대학 간판보다 돈이 중요해진 학벌주의 변화의 대표적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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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제도 근본적 변화 없인 의대쏠림 해소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20세기 과학을 대표하는 천재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재수생이었다. 유럽 최고의 명문 공과대학인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에 지원했으나 낙방했다. 고교 졸업 시험이 천재의 발목을 잡았다. 프랑스어와 지리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과학에 빠져 살았던 그는 재수하는 동안 첫 부인을 만나며 진정한 세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재수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3수생이었다. 이튼 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와 재무장관을 지낸 아버지 랜돌프 처칠과 달리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다. 내성적이고 말도 어눌해 선배들의 구타에 시달리다 실어증까지 앓았다. 육사에 가려 했으나 수학을 못해 연거푸 쓴잔을 들이켰다. 3수 끝에 합격선이 가장 낮은 기병에 지원해 합격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주효했다.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국민들이 용감한 군인의 리더십을 원했고, 그 주인공이 처칠이었다.
▶ 박정희 정부는 1969학년도부터 예비고사를 실시했다. 대학별 본고사 비중을 줄여 입시 비리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으나, N수생 양산 등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았다.
명문대를 꿈꾼 재수생들은 전기(前期)인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에 응시했고 떨어지면 후기(後期)로 문과는 성균관대와 외국어대, 이과는 한양대 공대에 몰렸다. 많은 후기생들은 첫 좌절을 자양분 삼아 고시에 응시해 합격하고 대기업에 들어가 성공을 거뒀다.
법정대가 강했던 성대는 박근혜 정부 들어 국무총리(정홍원-황교안)와 대통령비서실장(허태열-이원종)을 배출하며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 1994학년도부터 시행된 수능시험이 오늘 14일 실시된다. 응시자 52만명 가운데 졸업생이 16만명으로, 2004학년도(18만4천명)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서울대의 전신인 일제의 경성제국대학이 개교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뜨거운 교육열은 여전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의대 등 의학 계열이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서울대를 제치고 학벌의 정점을 이뤘다는 점이다. 대학 간판보다 돈이 중요해진 학벌주의 변화의 대표적 단면이다.
▶ 수재들이 모조리 의대에 쏠려서 국가적 문제라고 하지만,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애국심에 호소해봤자 될 일도 안 된다. 수재가 의대에 떨어져도 안정적 고소득을 누릴 수 있다는 신호라도 줘야 한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미국 대학들처럼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도입해 뿌리 깊은 서열 의식에 균열을 내야 한다. 그런 것조차 없이 '공대 가라', '문과 살리자' 구호만 외치고 있으니 고장 난 레코드를 듣는 것 같다.
국가가 입시생들에게 패자부활의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다.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표가 아니라 욕먹을 용기다. 동네 곳곳에 수험생 응원 현수막을 내걸 시간에 백년지대계를 다시 짜라.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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