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전 “한동훈, 당정 차별화 ‘시기상조’…지금은 성과 위해 협력할 때”
“韓의 차별화 전략, 너무 성급했다…韓 참모진 오판으로 여권 전체 약화”
“친한계, 韓 중심으로 세력 드러내는 듯…친윤계, 구심점도 연계도 없어”
“여론조사, 민의 반영 못해…美대선도 다 틀리고 ‘여론조사 패배기’ 도래”
(시사저널=변문우‧박나영 기자)
최근 여권이 '김건희 여사' 논란을 고리로 '윤‧한(윤석열-한동훈)' 당정 갈등설까지 연일 내부 풍파를 겪고 있는 가운데, 당내 비한(非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당 지도부와 '한동훈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허심탄회하게 쏟아냈다. 그는 한동훈 대표에 대해 "강점도 많지만 벌써부터 당정을 차별화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저도 한 대표에게 재차 조언을 했다"고 토로했다. 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 대해선 "여론조사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론조사의 '패배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지도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최고위원으로서 느낀 소회는.
"소회를 느낄 새도 없이 시간이 빨리 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수가 분열돼있다는 것을 느껴 전대 이후 그걸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전당대회가 끝나고 보니 예상치 않았던 갈등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걱정도 많이 했다. 또 거대 야권의 폭주를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답답함도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그간 국정 운영에 대해 평가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의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남겨준 짐들로 과적 상태인 배였다. 외교적 어려움부터 보이는 부채, 문재인 케어, 일자리 문제 등 각종 문제가 산적했다. 그런 중에도 거시경제를 잘 관리한 부분은 큰 성과다. 하지만 공기가 좋을 때는 체감을 못하듯, 국민들도 이 부분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실업률과 수출 지표는 물론 반도체, 자동차, 원전, 방산, 조선까지 대부분 분야에서 잘했다.
다만 정치 분야의 지표는 좋지 못해 아쉽다. 국민들이 원하는 데로 여야가 화합해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부분은 부족한 점이다. 또 국민들과의 소통에 있어 위기관리 능력도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소위 '300만원'짜리 디올백 논란도 초반에 (김건희 여사가) 빨리 사과하고 해결했으면 됐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 각종 펀드 논란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런데 리스크 관리를 못하고 오래 끌면서 정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원인이 됐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통령의 솔직한 스타일도 좋지만, 전략적으로 짧고 간단하게 대답하는 것도 필요했던 것 같다. 대통령 본인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이번처럼 장황하게 발언하면서 거칠게 보이거나 굳이 꼬투리 잡힌 부분까지 일부 마이너스가 있었다. 다만 앞으로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자주 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소통하면서 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대통령 부인이 조언할 수 있지 않나'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는 일종의 '패밀리 비즈니스'지 않나. 후보의 온 가족이 선거에 동원되고 소통하면서, 선거가 끝나면 국정농단이라는 이유로 정치 관련 의견을 내거나 선거캠프 평가를 하지 말라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최근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TK(대구‧경북)와 보수층도 돌아서고 있는데.
"언론에서도 현 정부의 경제 지표가 좋다는 것은 기사화가 안 되고 있다. 반면 과거처럼 지면 위주 언론 환경이었으면 기사로 나오지도 않았을 김 여사 관련 의혹들에 뉴스가 집중되고 있다. 국민들에게도 '스캔들 정부'라는 인식이 무의식중에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TV 패널 구성만 봐도 90%가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보수 패널 5명 중 4명도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동훈 대표나 (패널로 출연한) 측근들 입장에선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의지의 표명일 수 있겠지만, 결국 (이런 요인들로 국민들이) 여권 전체에 대한 비판 인식을 키울 수밖에 없다."
최근 본인이 '지지율은 부질없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일각에선 '30%대로 떨어지면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다'고 한 과거 발언과 배치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누가 의도적으로 제 과거를 찾아서 흘린 기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지금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10월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진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지만 결국 20%포인트 차로 압승했다. 이처럼 여론조사 널뛰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샘플링이 잘돼있는 미국조차 이번 대선에서 예측이 다 틀렸지 않나. 결국 '여론조사의 패배기'가 도래한 것이다. 선거법 위반에서도 여론조사 조작 혐의가 많지 않나.
결국 여론조사는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의사결정의 수단'으로까지 이용해서는 안 된다. 단순 동향만 봐야 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여론조사가 한국 전체를 지나치게 많이 지배하는 만큼, 전대룰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빼고 '당원 투표 100%'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랬더니 '친윤(親윤석열)이 민의를 무시했다' 이런 사설들이 나와서 당시 심적으로 상처받기도 했다."
지도부 동료로서 근거리에서 지켜본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은 어떻게 보는가.
"물론 한 대표는 젊고 순발력도 있는 등 굉장한 장점들이 많다. 다만 벌써부터 '차별화'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윤석열‧한동훈부터 국민의힘까지 당정이 다 무너지게 된다. 이 얘기는 저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 본인에게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직접 전했다. 새로운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비전과 방법을 보여주고 국민들에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간다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저변을 넓히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당정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빨리 차별화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서로 감정이 나빠지고 여권 전체가 약화된 것이다.
사실 한 대표 개인의 지지율도 전체적으로 굉장히 낮아졌다. 이게 초반에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고 전략을 잘못 세워서다. 아직 윤 대통령의 임기는 너무 많이 남아있고, 역대 대통령들과의 나쁜 관계 속에서 잘 된 대선 후보도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대선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확실한 차별화를 하는 것이 당정을 위한 길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가 서두른 데는 본인의 결정이라기보단, 참모진의 성급함과 오판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은 없을까.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서로의 감정이 아닌 일을 같이 하자'고 했는데, 그것이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야의정 협의체처럼 정부가 직접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우리 당이 들어가서 같이 해결하는 건 좋다. 하지만 (지난달 윤한 면담 당시처럼) '밥 먹는 것을 기다리게 했나' '마이크 어디 있냐' '원탁 테이블은 어디 갔냐'고 사소한 것으로 따지면, 서로 섭섭한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같이 성과에 집중해 협력해야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대립은 실체가 있다고 보는가.
"한 대표가 모임을 갖고 그 모임이 소위 친한계라고 분류되기를 원하는 뉘앙스의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숫자와 세력이 얼마인지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친한계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따로 모임도 없고, 전화를 주고받거나 단톡방조차 없다. 전혀 그런 게 없는 만큼 '친한 대 친윤'의 대결 구도도 실체가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본인은 소위 친윤계로 분류되고 있는데.
"저는 아무런 조직도 연계도 없는 '자생적 친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친윤계로 분류되는 것에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번에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 용산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당이 용산이랑 잘 어우러져 가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다른 차원으로 발언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선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여야 여론 반전이 가능할까.
"민주당은 12월이 고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의 유죄가 나오면 불똥은 민주당으로 튈 것이다. 민주당도 다양한 이합집산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언론의 타깃이 저희로부터 벗어나면 저희는 정책적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원하는 것처럼 유죄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대표도 지금처럼 방탄성 장외투쟁을 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 본인에게 대선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지금처럼 절벽 낭떠러지에서 벌이는 정치는 안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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