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예정일 받아놓고…사라진 ‘디딤돌’에 망연자실
주택도시기금 전용 위해 공공대출 규제 의심…‘고금리’ 서민 부담 가중
양모씨(45)는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디딤돌대출 관리방안을 보고 앞이 깜깜해졌다. 그는 지난 4월 경기 파주 운정 공공택지의 한 민간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양씨는 11일 통화에서 “중도금은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여서 잔금만 디딤돌대출로 1억5000만원을 빌리려 계획을 짜놨었다”고 했다.
그러나 양씨의 계획은 정부의 디딤돌대출 관리방안 발표 이후 틀어졌다. 분양 공고문 기준 내년 상반기 입주자까지만 후취담보가 적용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후취담보는 아파트 건물은 있지만 사용 및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아 등기를 할 수 없는 ‘준공 전 신축 아파트’에 대해 은행이 잔금을 먼저 빌려준 뒤 주택 완공 후 소유권이 설정되면 담보로 바꿔주는 대출 방식이다.
양씨가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예정일은 2027년 4월이다. 양씨는 “제일 큰 문제는 후취담보 금지로 디딤돌대출 자체가 불가능해진 우리 같은 입주예정자들”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디딤돌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7월1일 이후 수도권 신축 입주자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 사유를 제외하고 방공제(최우선변제금 공제) 의무화와 함께 후취담보 전면 금지를 적용하기로 했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대출을 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금리는 2.65~3.95%로, 4~5%대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다.
정부가 디딤돌대출 관리에 나서며 내세운 이유는 급격한 집값 상승을 잡고, 주택도시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등을 끌어쓰기로 하면서 서민대출 죄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분양 공고상 내년 7월1일부터 입주하는 단지에 대해선 후취담보를 전면 금지하면서, 올해 분양 신청을 진행한 경기·인천 6억원 이하 아파트 당첨자들은 디딤돌대출 자체를 받지 못하게 됐다. 시중은행에서 잔금대출을 받은 뒤 등기가 나오면 디딤돌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도 금지했기 때문에 디딤돌대출 기회가 원천 차단된 것이다.
디딤돌대출이 막힌 입주예정자들은 당장 높아진 대출금리를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토부는 신축 아파트는 집단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입주예정자들은 “늘어난 이자 부담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반응이다.
지난해 인천 검단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모씨(47)는 “급하게 잔금대출을 알아보니 보금자리론을 해도 4%가 넘고, 집단대출 금리도 4.6% 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며 “매달 나가는 병원비 등을 고려할 때 디딤돌대출을 못 받으면 이자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집값 상승은 지난해 위축된 주택 거래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등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정책기금을 건드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부의 규제 강화로 서민들이 비싼 이자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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