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보다 무섭다…"기침·열도 없는데 폐렴" 노인에 치명적
폐렴(肺炎) 암이나 심장질환처럼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에겐 '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통한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캐나다 의사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는 폐렴을 "의사가 진료하는 마지막 질병이자, 인간이 당하는 마지막 고통"이라 표현했다. 폐렴이 얼마나 심각하며 치료가 어려운 병인지를 잘 드러낸다.
실제 폐렴은 암, 심장질환과 함께 국내 3대 사망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 폐렴 사망자 수는 모두 2만9422명으로 암(8만5271명)과 심장질환(3만314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폐암(1만8646명)이나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2만4194명)보다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 단순 계산해도 하루 평균 80.6명이 폐렴으로 사망한다.
최근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초기에 두통, 발열, 인후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감기와 달리 일주일 이상 증상이 진행되면서 목이 쉬고 기침이 심해지며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2~6주까지 기침, 전신 쇠약이 지속될 수 있고 피부질환, 관절염, 뇌염 등 호흡기 외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경증은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6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자다.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심한 경우 사망으로 이어진다. 국내 폐렴 사망자 10명 중 9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고위험군인 임산부나 노인, 어린이도 폐렴에 걸리면 절반 이상이 입원 치료를 받는다. 폐렴이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의해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중증 패혈증과 패혈성 쇼크의 경우 치명률이 각각 20~35%, 40~6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65세 이상 폐렴 고위험군은 예방백신이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는 만성심장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간질환, 만성신질환, 항암 환자, 당뇨, 인광와우 및 뇌척수액 누수, 면역억제제 투여, 장기 및 조혈모세포 이식, 무비증(asplenia) 등이다. 폐렴 예방백신을 맞으면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의 경우 약 75%, 당뇨병·심혈관계질환·호흡기질환자 같은 만성질환자는 65~84%까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폐렴 예방백신은 지금까지 밝혀진 90여 종류의 원인균 중 폐렴을 가장 잘 일으키는 13개(PCV13), 23개 폐렴구균 항원(PPSV23)을 가지고 있다. 13가 단백결합백신(PCV13)과 23가 다당류백신(PPSV23)을 순차적으로 접종하며, 13가 백신은 1회 접종한다. 65세 이전에 23가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는 피접종자의 상태에 따라 5년 이상의 간격을 두고 1~2회 23가 백신을 재접종한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올해는 1959년생까지 무료 접종 대상이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동시 접종이 권고된다.
최준영 교수는 "호흡기가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미만 만성질환자나 기저질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큼 폐렴 예방백신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 백신도 매년 접종을 권고한다"며 "생후 2개월부터 5세 미만의 모든 소아나 5세 이상의 고위험군 어린이도 전문의와 상의해 폐렴 예방백신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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