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신조약 비준, 한반도가 위험하다 [fn기고]
-냉전기와 탈냉전기와는 다른 혼동의 질서 '애너키' 행태 포착
-러 상·하원 만장일치 신조약 비준, 놀랍지 않지만 파장 예고
-북한군 추가 파병 의지·가능성 열어둬, 러북 전략거래 더 탄력
-ICBM·SLBM 완성, 핵추진잠수함 등 전략거래에 포함 가능성
-위기시 러의 한반도 개입 한반도 강대국의 대리전장화 우려
-신냉전의 애너키 기존질서의 약화 빈틈은 북러에 기회로 작용
-북러, 반미연대 통해 국제질서 다극체제로 전환이 공동 목표
-기존 북한 비핵화 원칙, 흔들림 없이 견지...억제력 제고시켜야
-나토-IP4 플랫폼 효과적 활용, 전략적·군사적 협력 강도 높여야
-트럼프 2기 ‘북한 비핵화, 억제력’견지 위해 '동맹관리' 전략 필요
신냉전기에 이러한 의미의 애너키가 동일한 방식으로 가동되는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나름의 질서는 유지되고 있지만 냉전기와 탈냉전기와는 다른 혼동의 질서 행태도 포착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과 러시아의 규칙기반질서 교란행위다. 북한은 NPT 체제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고, 러시아의 상대국 주권 파괴로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런데 고립된 이 두 행위자가 지난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맺으며 고립 탈출에 나섰다. 그런데 그 후속조치 속도도 놀랍다. 사실상 조약을 소급적용하듯이 전광석화로 북한은 유라시아 전선에 1만1000명을 파병했고, 급기야 지난 11월 9일에는 러시아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신조약을 비준한 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신속하게 서명했다.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 사실상 상·하원에게 견제장치는 부재하므로 만장일치 비준은 놀랍지 않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독재국가에게 비준 자체의 절차적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러북 신조약 비준은 안보 측면에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첫째,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다. 현재 파병된 1만1000명은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면 병력부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수 있고, 신조약 비준으로 북한은 추가 파병의 의지와 약속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군의 파병으로 한국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라시아 전선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융합을 가속시키는 단초란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 러북 전략거래에 엔진을 달아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신조약 비준으로 러북 전략거래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이번 비준으로 이 전략거래 리스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 재진입, 정찰위성,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핵추진잠수함, 저위력/전술핵무기 등 안보 우려의 끝판왕이 모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셋째,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이 제도화되었다. 한반도 위기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한국과 북한이 한반도 당사국으로 그 역할을 견지하는데 불리할뿐 아니라 한반도가 강대국의 대리전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커졌다. 따라서 러북 신조약 비준으로 한반도가 국가안보뿐 아니라 국제안보의 소용돌이가 될 수 있는 기제에 놓인 것이다.
신냉전이라는 애너키는 냉전기, 탈냉전기의 애너키와는 사뭇 다르고 이러한 기존 질서의 약화·변화라는 빈틈은 북한과 러시아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트럼프 2기 출범도 기회로 역이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반미연대를 통해 국제질서를 다극체제로 전환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초강대국이 사라진 현 국제질서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국가라면 자신이 강대국 인양 우후죽순으로 나서는 행태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국가가 러시아와 북한인 셈이다.
러북 신조약 비준으로 인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신축적인 안보 아키텍처’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설계의 시작은 기존의 북한 비핵화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한 가운데 억제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토-IP4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유라시아 전선 상황 모니터링을 확대하면서 전략적·군사적 협력 강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트럼프 2기에도 ‘북한 비핵화’와 ‘대북 억제력’이 견지될 수 있도록 거래적 접근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 대미정책을 ‘동맹강화’에서 ‘동맹관리’로 적의 조종하면서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메시지 관리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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