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도 기회도 있다…조선업 협력 극대화 고민할 때"[만났습니다]①
"상대적 우위 살려야…美해군 신규선박·보수 수요 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민감한 이슈지만 국익 따져볼 만"
"中 수출 타격 대비해 '글로벌 사우스' 등 수출 다각화"
韓기업 美 투자확대엔 내수·경쟁력 측면서 우려 표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리는 트럼프 리스크(위험 요소)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있으면 트럼프 오퍼튜니티(Opportunity)도 고민해 봐야 한다. 위기를 예상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 동시에 트럼프 2기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국제 경제통’으로 꼽히는 전광우(사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번째 임기를 맞아 위기를 잘 분석해 대응하는 한편,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기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편 관세 부과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우리나라에 부담이 되는 이슈가 많지만, 기회 요인도 병존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전 이사장은 “외신에서 더 주목하는 부분인데 미국이 우리 조선업 역량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제법 오래된 이야기”라며 “미 군사력의 약한 고리가 해군이다. 2차 대전 이후 군함을 비롯한 장비들이 많이 노후되면서 신규 건조는 물론 유지·보수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한 이슈이긴 하다”면서도, 분담금을 더 내는 대신 핵 방어력을 대폭 증강시키거나 안보를 더 굳건하게 하는 등 우리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한 고액 관세 부과 등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중간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품질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와 북반구 저위도 국가들)와 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 이사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투자를 안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채찍’ 방식으로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려는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해당 기업의 존립이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선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하면서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나 고사양 반도체 제조와 같은 핵심·미래 기술 관련 설비를 해외에 두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국내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점은 기업의 장기 경쟁력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전광우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 증가를 비롯해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트럼프 리스크만 이야기하지만 항상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있으면 트럼프 오퍼튜니티(Opportunity)도 고민해봐야 한다. 위기를 예상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위기상황 겪을 때마다 느끼는 게 새로운 기회도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비교우위를 활용해서 국익증진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에서 주목하고 우리 조선업 역량이라든가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 또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무조건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득실을 잘 따져볼 수 있다. 핵 방어력을 대폭 증강시킨다거나 안보를 강화시킬 수 있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경우 예컨대 트럼프 당선인의 면을 살려주면서 우리가 다른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민감한 이슈다. 다만 우리가 증액을 할 여력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같은 것들이 다 패키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1기를 생각해보면 우방국이나 동맹국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해 봐야 한다.
조선업 협력도 이야기했지만 원전 수출 관련해서도 미국 쪽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경제와 안보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는 방법 고민해 볼 필요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엔 예고된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의 경우 2가지 걱정이 된다. 직접적으로 우리 제품에 관세가 더 부과되면서 충격이 오는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을 통해서 간접적인 충격도 받는다. 지금 이야기 나오는 것처럼 미국이 중국에 60% 고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수출에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중국에 중간재 수출하는 부분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비하는 방법은 품질경쟁력과 다각화다.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 유럽 등 수출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분산해서 다각화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트럼프1기를 경험했기에 2기 때는 중국도 대응 수단을 더 준비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 않을까. 그냥 얻어맞고만 있는 입장은 아니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미국 포함 서방국가들에 희토류나 핵심 광물 수출 제한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금융시장과 관련해선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으니 이를 팔 수도 있다.
물론 일부 투자은행(IB)들은 60% 관세 그대로 맞으면 중국 성장률 반토막 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고, 당연히 충격은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같은 충격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60% 관세 부과를 실제로 시행할까.
△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해온 이야기도 있고,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도 그렇다. 그러나 만일 시행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울 것 같다. 전문가들의 경고가 초관세를 매기면 그 피해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것이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미국 내 물가 다시 오르고 소비가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대중 강경 노선은 미 국민들이 원하고 있어서 어떤 형태로든 가겠지만 미국에 유익한 거래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협상도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 반영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 1400원대 시대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가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 환율은 상대적인 가격인데, 이미 ‘나홀로 호황’ 보이는 미국 경제를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 상대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또 고관세 충격은 중국이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텐데 중국 경기 위축 심화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 가치도 떨어지면서 환율 고공행진 상당 기간 갈 수 있다. 12월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
△아주 오래전처럼 환율이 우리가 약세로 돌아서면 수출경쟁력 올라가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 수출이 예전처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품질 경쟁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여전히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 전체에 어떤 효과를 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는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겠지만, 부담이 되는 측면과 일부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모두 있다고 본다.
-우리 기업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미국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까.
△딜레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으로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당근’ 정책을 썼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안 들어오면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채찍’으로 미국 내 투자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이 채찍 때문에 부득불 미국 투자를 늘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가 준다. 그러면 국내 고용도 감소하면서 문제가 된다.
우리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보면 국내 투자가 증가하면서 고용이 늘고 소득이 올라가면서 소비도 되는 경제 활성화 선순환 이뤄진다. 그런데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나 미국 내 투자를 강제하는 정책의 여파로 생산시설이나 신규투자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회사 존립이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하면 ‘용인에 AI 관련 클러스터를 만들 여력이 남아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대 경영·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 △미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미경제학회 사무총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현)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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