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수학성적 쑥, 놀라운 결과"…이 마을 비결은 풍력단지?
경상북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낙동정맥 중간 협곡에 위치해 약 90%가 산지인 곳. 지난 5일 서울에서 차로 약 4시간 이동해 도착한 경북 영양군은 '숨겨진 곳(고은·古隱)'이란 옛 지명의 유래가 저절로 떠올려 질만큼 깊은 산세를 드러냈다. 남쪽으로 청송군, 동쪽으로 영덕군과 맞닿아 있는 영양은 산세로 이름 높은 곳인 동시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263MW)의 육상풍력단지를 보유한 지역 중 하나다. 이 날도 다섯개 단지에 들어선 높이 100m 이상의 풍력 터빈 98개가 쉼 없이 돌아갔다.
영양군 내 총 5개 풍력단지 중에서도 지난해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42MW 규모 '영양 제2풍력 발전단지(이하 제2풍력단지)'는 이 지역 첫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건설됐다. 정부는 2016년부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인근 주민이 일정 비중 이상 참여하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주는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다 2020년 이 제도를 법제화했다.
풍력·태양광 발전단지가 지어지는 과정에서 사업자와 인근 주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발전소가 들어서며 주민들이 받는 부정적 영향을 원활히 해소하는 건 개발사와 주민들이 '윈윈'하는 지점을 찾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업자는 공사 기한을 단축하는 등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지역은 경제적인 활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상업운전 시작 1년 반만에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얻은 건 주민참여에 따른 이익공유가 마을에 눈에 보이는 활력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제2풍력단지 이익공유제는 전체 약 300가구가 거주하는 인근 9개 마을에 각각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영양군 및 영양군 석보면에 지역단위로 비정기적 이익공유를 실시한다. 이익공유제 재원으로 올해 1월 시작한 공부방은 이미 가시적 효과를 거뒀다.
석보면에는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50명 이상의 아동이 거주하는데, 가장 가까운 학원을 가려면 차로 20분 이상 소요되는 영양군이나 인근의 다른 면으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데다 주로 농사를 짓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게 불가능해 사교육이 불가능한 환경이다. 그러던 석보면에 주민들과 제2풍력단지간 협의로 올해 초 이익공유 재원을 활용한 공부방이 만들어졌다. 올해 상반기 2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쳤는데 성적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학력평가에서 인근 군에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의 성적 평균을 넘어섰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 영어에 이어 내년 국어로 과목도 확대할 예정이다.
2009년 영양 지역 첫 풍력발전기가 주거지 인근에 지어진 걸 계기로 풍력발전 소음과 영향을 공부해 온 유학균 대표는 개발사의 태도 같은 주관적 측면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보상받기 원하는 주민 대 협상을 꺼리는 개발사'처럼 대립하는 구도가 아닌 상생하는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양측에 필요하다는 것. 인근의 다른 풍력단지 건설이 주민들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사례를 언급하며 "주민과 협의 없이 진행 됐던 게 원인"이라 했다.
유학균 대표는 "제2풍력단지의 경우 사업자가 처음부터 정보를 다 공개하고 풍력발전단지를 세우는 데 따른 장단점을 투명하게 설명했다"며 "주민들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 하는 부분을 처음부터 협의했기 때문에 마찰이 상당히 적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영양(경북)=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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