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金쌀'보다 비싼 재두루미 먹이 '볍씨값'…왜?
김포 '재두루미 취서식지 보전사업' 먹이구매
4년 전부터 볍씨 구매단가 최대 2배까지↑
1급 공공비축미·시중 상품 쌀 도매가 웃돌아
인근 파주시·강원 철원군보다도 훨씬 비싸
고가인데도 볍씨 등급 구분조차 없이 사들여
담당공무원의 '관능적 검사'에 의존할 뿐
김포시 "시세 적정가 모니터링 강화할 것"
국가유산청 "규정 부실한지 점검해 봐야"
▶ 글 싣는 순서 |
①[단독]'金쌀'보다 비싼 재두루미 먹이 '볍씨값'…왜? |
김포시가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의 취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한강하구 일대에 수년간 먹이로 뿌린 '볍씨(껍질째 벼 낟알)'를 고급 식용 쌀보다 높은 단가로 매입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볍씨 단가는 유사 사업을 하는 인근 지자체보다도 많게는 50% 넘게 차이가 난다. 납품업체들의 배만 불리며 방만하게 운영돼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포 재두루미 볍씨, 고급 쌀값 웃돌며 '고공행진'
해당 사업은 멸종위기(2급)에 처한 천연기념물(제203호)이자 국제보호조류인 재두루미에게 충분한 먹이와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제공해 개체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 2009년부터 취식지 이전·보호사업 등을 거쳐, 2014년 이후부터는 문화재청(국가유산청 전신, 국비 70%)과 경기도(도비 15%) 지원을 받아 지금과 같은 형태의 보전사업이 유지돼 오고 있다.
총 사업비 3억 원 가운데 먹이비용으로 분류된 연간 예산은 약 1억 원이며, 주된 먹이는 볍씨다. 김포시가 공개입찰을 통해 볍씨 구매 대행 업체를 선정하고,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볍씨를 별도 인건비를 투입해 사업대상지인 한강하구 김포 하성면 후평리 일대(120ha)에 흩뿌리는 방식이다.
과거 2014년~2019년까지 김포시가 업체에 지급한 볍씨 구매단가는 kg당 평균 1525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 2100원으로 갑자기 40% 가까이 급등하더니, 다음 해 2935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2022년 2920원, 지난해 2560원으로 4년간 평균 2628원을 기록했다. 직전 4년 평균보다 1100원(72%)이나 상승한 금액이다.
또한 해당 연도별 전국 곡물 관련 시세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한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최근 4년간) 식용인 '정부공공비축미(도정 전 볍씨)'의 전국 평균 매입단가는 1등급 기준 kg당 1775원이다. 김포시는 1등급 식용 볍씨보다 32%나 더 주고 재두루미를 위한 볍씨를 구매한 셈이다.
특히 2021년 기준으로는 볍씨 구매 업체는 1등급 공공비축미 시세보다 58%(1077원) 더 비싸게 볍씨를 김포시에 납품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김포시가 납품업체로부터 구매한 볍씨가 46톤(낙찰가 1억 3600여만 원)인 점을 감안, 당시 볍씨가 공공비축미 기준 1등급이었을 경우 최소 5천만 원 이상의 차익을 추정할 수 있다. 수익률이 65%에 달하는 것. 해당 업체가 정미소에서 실제 구매한 단가(원가)가 낮았다면, 업체 수익은 더 올라간다.
김포시의 볍씨 매입 단가는 시중 거래되는 도정된 '쌀'의 도매가격보다도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집계한 상품급 도정 쌀의 동일 기간 평균 도매 단가는 kg당 2424원 수준으로 김포시가 구매한 볍씨가 136원 더 비싸다.
타 지자체보다도 '비싸'…"고급 볍씨일 필요도 없는데"
인접한 파주시도 지난해부터 LH와 협약을 맺고 탄현면 일대에 겨울 철새 먹이사업을 시작했으며, 공개입찰에서 최종 낙찰된 볍씨 단가는 1671원(/kg)이다. 연간 구매량은 40톤 정도로 김포시와 비슷하지만, 같은 해 단가는 53%나 차이난다.
공개입찰 과정에서 농협 평균 수매가 등을 모니터링하고 비교견적을 분석해 적정 가격을 설정했다는 게 파주시 측의 설명이다.
재두루미 최대 도래지인 강원도 철원군 역시 김포시처럼 국가유산청 지원 등을 받아 두루미 서식지 보전사업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볍씨를 김포보다 싼 1850원(/kg)에 구매했다.
특히 철원군은 재두루미 개체수(올해 2월 기준)가 6300여 마리로 김포시의 100마리 안팎보다 훨씬 많은 데다, 사업대상지 면적은 2200ha로 18배에 이르는데도 연간 먹이량은 30톤으로 김포보다 더 적다. 단 철원군은 비용 절감을 위해 청치(덜 익은 벼) 등을 섞고 있다.
이들 지자체 관계자들은 "야생동물 먹이이기 때문에 고급일 필요도 없는데, (김포 단가는) 너무 비싼 것 같다"며 "왜 그렇게 가격차이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등급 규정조차 없이 '담당공무원 관능적 검사'에 의존
지난해 김포시가 볍씨 납품업체 공개입찰을 하면서 제시한 '구매시방서'를 보면, 물품규격으로 '발육이 양호', '병충해 등 피해 없음', '계근증명서와 생산년도·품종·생산지 명시 납품확인서 제출' 등이 적혀 있다. 검사 규정은 '담당공무원의 관능적 검사', '낟알 100개 임의 채취 후 3개 이상 쪽쟁이· 이종곡립 없음' 등이 전부다.
종합하면 단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근거인 등급 구분도 없이, 수량(무게)과 육안상 이상 유무만 확인하면 납품 기준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의 조곡 매입가 기준으로 특등급보다 3등급의 단가가 30% 낮고 관외등급이나 묵은 볍씨는 더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가 볍씨를 구해오는 원가는 등급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등급이 낮을수록 납품업체의 마진(원가와 판매가의 차액)은 증가한다.
지역 정미소 업계는 김포시가 야생동물 먹이를 과도하게 비싼 값에 사들여 사실상 업자들에게 '퍼주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포지역 한 정미소 대표는 "과거 지역에 있는 정미소에서 시에 철새먹이 납품할 땐 1600원 수준이었다"며 "2500원 이상이면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업체가 볍씨를 구해온 원가에서 엄청난 차액이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포시 "적정가 조사 강화"…국가유산청 "점검 필요해"
이에 대해 김포시는 시세보다 높은 단가 문제에 대해 공감한다며, 적정 납품단가 기준 등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단가가 다소 높게 나오는 부분에 대해 인지했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시장 가격 대비 적정가를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당장 올해부터 개선되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예산에도 반영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업비 분담 비율이 가장 큰 국가유산청도 관련 실태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해당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주체는 지자체라면서 향후 운영 책임은 시에 넘겼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발주 시 과업 지침에 등급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다면 문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평균 시세를 뛰어넘는 단가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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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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