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무기고 텅 비었다”… K방산 ‘1000조 시장’ 기회

김형민 기자 2024. 11.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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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미군 재건’ 대규모 자금 투입예고

‘미군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한국에 ‘군함 협력’을 요청하면서 한국 방산 기업의 대미 수출 기회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것도 한국 방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방협력 강화’, 유럽과는 ‘메이드 인 나토(Made in NATO)’ 전략을 통해 기회 요소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핵심 국방정책으로 ‘무력해진 미국 군대 재건’을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7월 대선 공약집(어젠다 47)에서 “미국 무기고는 텅 비었다”며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미군에 기록적인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가성비와 적기 납품 능력을 갖춘 한국 방산 기업에는 1000조 원 넘는 미 방산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인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 회원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모든 나토 회원국이 적어도 국내총생산(GDP)의 3%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 (현재의) 2%는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자주국방 기조가 강해지면 무기 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

K방산 성장에 대한 걸림돌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인권 침해국으로 지정해 무기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이런 통제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중동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 방산의 경쟁 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나토 회원국 현지에 무기 생산 체계를 구축해 K방산의 유럽 수출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며 “향후 2, 3년이 K방산을 한 단계 성장시킬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韓 조선업 등 한미 방산 공급망 협업 기회… 현지화로 ‘영토’ 넓혀야

〈1〉 트럼프發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
미군, 전차-포-로켓 투자 등한시
K9 자주포 등 수입 우선순위… 나토 회원국도 무기 구매 가능성
“AI 접목 첨단 무기체계 개발하고, 현지 생산체계 구축해야 지속성장”

최근 미국 육군이 추진하는 대규모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품이 후보군에 들어갔다. 이달부터 미 육군 주도의 실증 테스트가 경남 창원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방산업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을 따내면 세계 최대 방산 수출국인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창원을 찾은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K9 자주포 등) 무기체계가 미군에 필요한 전력이다. 전력화가 된다면 한미 방산협력을 통해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무기가 이미 미국에 진출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 미국과 유럽연합(EU)에 K방산 수출 확대 기회

도널드 트럼프 캠프가 미국 대선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간) 내놓은 정책 방향 중 하나는 ‘힘을 통한 평화’였다. 7월 발표된 미 공화당의 대선 공약집엔 첨단 기술 및 무기 확보를 통한 미군의 현대화,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 강화,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이 기술돼 있다.

국내 방산 업계는 미군이 첨단 무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과 투자를 등한시했던 전차나 포,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대거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예로 미국은 자주포 개량에 실패해 해외에서 자주포를 사오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탄약운반차 K10을 눈여겨보고 있다. 또 미국은 국산 유도무기 체계 최초로 미 국방부가 주관하는 해외비교시험(FCT)을 통과한 LIG넥스원의 세계 유일 유도 로켓 ‘비궁’도 수입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미국은 첨단 무기 강국이지만 재래식 무기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미국으로 수출하면 세계적인 방산 제품이란 인증이 되는 것이고, 수출에 날개를 달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에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주장해 왔다.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압박에 자주 국방에 나설 경우 유럽보다는 한국 등에서 무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유럽의 나토와 소련(현 러시아)이 주도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재래식 무기를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을 체결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재래식 무기 사용을 점차 줄였고, 거기에 맞춰 재래식 무기 생산 인프라가 축소됐다. K방산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 “현지 생산과 연구개발(R&D)에 승부수 던져야”

다만 트럼프 재집권으로 기회를 잡은 곳은 한국 방산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앞으로 기존 첨단 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도 힘을 쏟을 것이고, 유럽 역시 무기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R&D 강화와 현지화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만기 KAIST 경영대 교수는 “결국 K방산의 지속가능성은 R&D 역량에 달려 있다”며 “재래식 무기를 넘어 인공지능(AI), 무인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유럽이 역내에서 무기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있기에 한국 방산 기업들이 유럽 현지에 생산 체계를 구축해 ‘유럽에서 만든 무기’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유럽의 방위비 확대에 따른 추가 무기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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