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애기봉전망대에서 스타벅스를!

경기일보 2024. 11.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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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날, '스타벅스, 11월 김포 애기봉전망대 입점'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읽는 순간 '애기봉'과 '스타벅스'의 이질감에 살짝 당혹스러웠던 것도 잠시 '애기봉에서 스타벅스라니'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애기봉전망대는 이런 안보관광지 중에서도 북한을 가장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과거 애기봉전망대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상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점등식을 하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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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사)한국관광개발연구원 실장

10월 마지막 날, ‘스타벅스, 11월 김포 애기봉전망대 입점’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읽는 순간 ‘애기봉’과 ‘스타벅스’의 이질감에 살짝 당혹스러웠던 것도 잠시 ‘애기봉에서 스타벅스라니’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애기봉이 어떤 곳인가. 북한 개풍면 해물선전마을과의 거리가 불과 1.4㎞로 남한에서 가장 가깝게 북한을 볼 수 있는 곳, 게다가 일반 안보관광지에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고 해도 여전히 해병대의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닌가. 그런 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 전문점이 입점한다니 꽤 놀라운 소식이다.

인천 교동도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접경지역에는 북한을 조망할 수 있는 꽤 많은 안보관광지가 있다. 교동도의 망향대, 인천 강화의 평화전망대, 파주 오두산전망대와 도라산전망대, 연천의 상승전망대, 태풍전망대, 열쇠전망대, 철원 통일 전망대와 소이산전망대, 양구 을지전망대,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들 중 일부는 군부대 내 시설로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을 더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고 어떤 곳은 이미 관광지화돼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됐다(특히 철원평야와 김일성고지 등 이색적인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이산전망대는 노동당사 등 근대문화재 답사를 묶어 여행하기에 좋아 꼭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애기봉전망대는 이런 안보관광지 중에서도 북한을 가장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과거 애기봉전망대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상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점등식을 하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 뉴스에서 본 애기봉전망대는 낡고 조금은 무서운 안보관광지였는데 한참 후 애기봉전망대를 갔을 때 조강과 북한의 전경이 너무 아름다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애기봉이 보유한 아름다움을 느낀 게 나뿐은 아니었는지 2021년 애기봉전망대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다양한 문화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 크리스마스트리를 본떠 만든 생태탐방로를 통해 아름다운 조강과 북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올 8월부터는 매주 마지막 주 토요일 조강의 노을과 야경을 감상하며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는 야간개장 프로그램을 특화해 운영 중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평범한 일상 중에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빛과 음악 소리들을 북한의 주민들도 보고 들을 수 있을까. 조심스레 그들에게도 일상의 소소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전해지기를 소망해본다. 몇 해전 인기를 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선 우연한 계기에 정을 쌓고 헤어진 남북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남으로 돌아온 여주인공은 자주 북한이 보이는 산에 올라 한참 북쪽을 바라보다 오고, 북쪽의 사람들은 가깝지만 닿을 수 없는 남쪽을 그리워하고. 애기봉을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그 드라마 속 상황들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애기봉이나 문수산 정상에선 서울의 북한산보다 개성의 송악산이 더 가깝게 느껴지니까.

애기봉에 들어서는 스타벅스는 10석 내외의 작은 규모라고 한다. 그러나 어쩜 전 세계 약 3만5천개의 점포 중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가장 특별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스타벅스 기념품과 이벤트도 기획된다고 하니 스타벅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찾았으면 좋겠다. 남북의 갈등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이때 그 누구도 서로의 평범한 일상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고 있음을 되새기며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다시 한번 다짐하는 장소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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