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극화 해소, 서민의 삶 챙기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임기 후반기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소득 및 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지나친 시장 개입과 현금성 복지가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건전 재정을 우선에 두고 인위적 시장 개입을 지양해 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출, 고용 등 거시 경제 지표는 호전됐다고 자평했지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만큼 후반기에는 재정 정책 등 정부 개입을 통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지지율 최저치(10%대 후반)를 기록한 윤 대통령이 서민 친화적 정책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거시적으로는 임기 전반기에 수출·투자·고용 등 경제 체력이나 기반을 어느 정도 다져놨다”며 “후반기엔 미시적으로 세세하게 서민의 삶을 챙기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는 지양할 것”이라며 “장바구니 물가 관리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등이 있을 수 있다. 재정 문제까지 포함해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다각적,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사람들이 기회를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다각도의 검토를 통해 진정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임기 전반기가 민간 주도였다면, 후반기는 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해서라도 양극화를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직접 개입’ 방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종합적으로 관련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양극화 타개’를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 회복의 온기가 취약 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따뜻한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일부 거시 경제 지표는 개선됐으나 서민들의 체감 경제가 악화돼 국정 운영의 동력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고물가 등 서민·자영업자 등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이 커졌고, 이것이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그 뒤로도 지지율이 하락하며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취임 후 최저치(10%대 후반)를 기록하자 ‘소득·교육 양극화 타개’를 임기 후반기 국정 핵심 목표로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사과, 대파 등 일부 농산물 가격 폭등을 고리로 정부·여당을 집중 공격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전 국민 재난 지원금 20만원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어 서민층을 공략했다. 당시 정부와 국민의힘은 “현금성 복지는 경제를 더 멍들게 한다”면서 취약 계층 지원, 서민 금융 지원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여권 관계자는 “총선 결과를 보면 정부·여당이 서민 등 취약 계층이 체감할 만한 정책 서비스에 성공하지 못한 셈”이라고 했다. 최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행정부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정권을 내놓게 된 것도 윤 대통령의 정책 기조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결정적 요인은 물가가 상승하는 와중에 민주당 행정부의 정책 실패로 중산층 이하 미국인들이 살기 어렵다고 느낀 게 핵심”이라고 했다.
과거 이명박 정권도 광우병 사태로 위기를 맞았다가 중도 실용·친서민 노선을 통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로 불릴 정도로 민간 주도 정책을 추구했다가 양극화 문제로 인해 ‘친부자’ 프레임에 갇혔다“며 “윤 대통령도 지난 2년 반 동안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을 자처하며 기업 지원 정책을 추구했지만 서민 경제를 섬세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공격에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한 해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고 강조하다가 그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엔 “이념보다 민생이 중요하다”며 기조 전환에 나섰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맞아 거듭 양극화 타개를 내건 것은 이 문제가 국정 운영 동력 회복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경제 정책 기조 전환과 함께 국민의힘이 요구한 인적 쇄신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일각에서 요구한 ‘논란 인사’ 거취도 정리될 전망이다. 음주 운전으로 2개월 정직을 받았던 강모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업무에 복귀했으나, 자진 사직하는 형식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참모 교체와 개각 등 전반적 인적 쇄신은 연말·연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 검증이 총체적으로 들어갔다”며 “다만 당분간은 미국의 신(新)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과 연말 새해 예산안 국회 처리 문제 등에 우선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국제·경제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내각은 심기일전해 최선의 구체적 대응을 찾아나가라”고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새로운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국 기업의 득실 분석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주미 대사를 지낸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미국과 통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부처별로 주의해서 잘 살펴봐 주기 바란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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